검색포털인 라이코스의 최근 TV 광고에는 인기 록가수인 김장훈이 등장한다.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나와 라이코스의 심볼인 강아지위에 거꾸로 올라타 장난을 치는 장면과 함께 화면에 깔리는 문구 한 줄.

"즐겁지 않으면 인터넷이 아닙니다"

이 짧은 카피가 자칫 우스꽝스럽게만 보일 수 있는 광고의 메시지를 일반인들의 머리속에 깨끗하게 정리해 준다.

광고가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한 것이라면 "즐겁지 않으면..."같은 카피는 소비자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종합 광고대행사인 금강기획 CR(Creative Excellence)팀의 정혜원(27)씨는 바로 광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카피를 만드는 카피라이터.

기발한 문구 하나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3년하고도 10개월을 보내고 있다.

고대 불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97년 금강기획에 입사했다.

일반 기업체의 사무직보다는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카피라이터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는 게 입사 동기.

현재 라이코스코리아 크라운제과 소니뮤직 등 고객사를 관리하며 "틀어봐 라이코스"(라이코스코리아 멀티미디어 서비스),"내 입속의 작은 유럽"(크라운제과 초코하임) 등의 카피를 만들어냈다.


<>카피라이터의 세계=카피라이터는 보통 광고기획자인 AE(Account Executive)와 함께 일을 한다.

AE가 어떤 매체에 대해 광고 제작 의뢰를 받아오면 기획팀과 협력,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낸다.

제품 이미지,광고주의 사업 방향,타깃 대상 고객들의 성향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짧지만 강한 효과를 가진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정씨는 "카피라이터는 출근은 있지만 퇴근은 없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일단 새로운 작업이 시작되면 야근은 기본.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개 경쟁 프리젠테이션 프로젝트라도 걸리면 며칠밤 새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광고주의 주문이 없을 땐 한낮에라도 "시장 조사"라는 핑계를 대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소비자 성향 파악"이라는 명목으로 영화관에 갈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직업 특성상 활동적이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는 덕택이다.

뿐만 아니라 철저히 능력 위주로 평가하기 때문에 남녀차별이 없어 여성들에게 매력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종합 광고 대행사의 연봉은 대졸 초임의 경우 대개 2천만원 안팎.

호봉에 따라 액수가 올라가며 회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4년차인 경우 2천4백만~2천6백만원 가량을 받는다.


<>카피라이터가 되려면=특별히 공식화된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창조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이 적당하다.

늘 새로운 것을 생각해야 하는 탓에 스트레스가 엄청난데다 며칠 밤은 꼬박 새는 일이 허다해 튼튼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씨는 여기에 "잡식성이 돼야 한다"고 충고한다.

다양한 광고주의 요구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생활양식 등을 이해하기 위해선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따위는 일찌감치 접어버리는 게 현명하다는 것.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그는 틈만 나면 각종 TV프로그램과 광고,연극,영화 등을 빠트리지 않고 본다.

광고 회사 공채 시험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 카피라이터 직업에 관심이 있다면 대학 재학시절 광고 회사에서 실시하는 대학생 광고 대상에 응모해 보는 것이 좋다.

입상을 하면 서류전형 특전이나 각종 가산점 부여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시 채용을 통해 경력직 사원도 모집하므로 인터넷을 수시로 검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앞으로의 전망은=케이블TV,인터넷 등 미디어 채널이 늘어나면서 광고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김정수(46)LG애드 국장은 "최근 광고에선 그래픽 등 영상정보의 효과보다 짧은 순간에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해주는 카피의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광고에서 카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광고가 단지 상품을 팔기 위한 수단에서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함에 따라 카피라이터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