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의 계약파기에 대해 협상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누가 문책대상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4일 누가 문책대상자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우차는 대우구조조정협의회가 협상을 맡았고 한보철강은 자산관리공사가 지난 5월부터 제일은행에서 넘겨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1차적으로 대우구조협과 제일은행이 타깃이라는 얘기다.

보다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사실상 협상을 주도한 오호근 대우구조협 의장과 유시열 전 제일은행장이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넓게 보면 금융감독위원회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현직 금감위원장이 대우차 매각협상에 연관이 있는데다 우선협상대상자 결정에 금감위가 상당한 입김을 넣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지난 6월27일 당시 대우차 주채권은행인 산은 총재 자격으로 오호근 의장, 김진만 한빛은행장, 위성복 조흥은행장, 대학교수 2인, 컨설팅회사 관계자 등과 모여 대우차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컨설팅사들이 우선협상대상자를 하나로 정해야 하고 국제관례상 MOU(양해각서)에 구속조항을 넣기 어렵다고 해 그대로 따랐다"고 해명했다.

한보철강의 경우엔 제일은행의 책임이 크다지만 자산관리공사도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는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제일은행은 올초 뉴브리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한보철강 매각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자산관리공사는 지난 5월 한보철강을 넘겨 받은뒤 계약이 깨질 조짐이 보이자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

어쨌든 김 대통령이 문책론을 제기한 이상 문책 대상을 놓고 한바탕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책수단이 마땅치 않다.

또 관련자들은 한결같이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 ''협상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협상실패를 문책할 경우 가뜩이나 허약한 국제협상력이 더욱 위축될 우려도 크다는 지적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