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을 패션제품처럼 만든다''

조충휘 현대중공업 사장이 국내 중공업계에서는 최초로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현중은 4일 경기도 용인시 마북리에 ''테크노디자인 연구소''를 설립,전문인력 모집에 들어갔다.

조 사장은 "선박 플랜트 중장비 등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디자인은 1970년대 양산체제 감각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면서 "세계 초일류 중공업체가 되기 위해선 ''제품의 디자인과 패션흐름''을 선도하는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연구소 설립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요컨대 생산성과 기술만으론 세계 시장에서 ''톱'' 대접을 받기 힘들고 디자인과 패션흐름까지 주도해야 확실한 일류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측의 분석이다.

이를 위해 테크노디자인 연구소는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디자인지원 등 3개 팀으로 구성됐고 제품별 디자인 프로세스 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디자인 수요와 기업 디자인환경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연구소는 특히 선박 로봇 산업기계 산업플랜트 설비 등을 대상으로 새로운 감각의 디자인에 인체공학적 요소까지 가미하는 ''시스템 디자인''을 중점 개발할 계획이다.

이충동 연구소장은 "선박 굴뚝 색깔이 반드시 검을 필요는 없다"며 "디자인 경영은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이번 연구소 설립을 계기로 기업 이미지 개선작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자동차나 전자 업종처럼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지는 않지만 제품 디자인이 기업 이미지까지 결정짓는다고 판단,경영 전부문에 디자인 마인드를 확산시키기로 했다.

실제로 최근 열린 세계적 디자인 전시회의 수상제품 대부분이 자본재이고 유럽 중공업체의 경우 디자인 파워로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바이어들을 끌어들인다고 현중은 설명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