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반도체 가격의 하락으로 나라경제 전체가 위협을 받을 만큼 반도체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정책당국자와 주식투자자들은 세계최대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의 주가추이에 대해 일희일비하며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현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고 반도체 사업에 대한 전략은 어떤지를 알아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서는 등 반도체 사업 비중을 다시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3개 반도체 라인과 1개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비메모리 반도체를 집중 육성키로 하는 등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잇따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 비중은 지난 95년 62.5%로 정점을 기록한 후 계속 낮아져 올 상반기에는 36%(LCD사업 포함)를 나타냈다.

특히 메모리 사업 비중은 25%까지 낮아졌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올해초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사업을 강화해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중심의 회사에서 종합 디지털 전자메이커로 변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D램 메모리값이 가파른 하락세를 타고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위기론이 확산되자 오히려 ''반도체 사업 강화''라는 정공법으로 난국을 헤쳐가려 하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2002년까지 3년간 반도체 신·증설과 기존 생산설비 보완 등에 총 12조5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초 12인치 웨이퍼 가공라인과 비메모리 전용라인을 추가로 짓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비가 3조원 가량 늘게 될 전망이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집중 투자하려는 것은 시장 여건이 악화되는 틈을 활용해 현재 세계 1위 제품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삼성은 D램(작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 20.7%) S램(21.6%) TFT-LCD(18.3%)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더욱이 이들 분야에서 탄탄한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웬만한 경기침체에도 견딜 수 있는 체질을 갖고 있다.

삼성이 지난 98년 반도체 값이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세계 D램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것도 이런 체질 덕분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의 64메가 D램 원가가 3.5달러 정도로 경쟁업체들에 비해 최소한 1달러 이상 낮다고 보고 있다.

반면 지난 상반기까지 급성장해온 휴대폰 사업은 최근 국내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이터퀘스트 등 일부 조사기관에 따르면 올 1.4분기에 세계 모바일폰 시장점유율 4위를 기록했던 삼성이 2.4분기에는 7위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점유율이 6.3%에서 5.5%로 떨어진 것.

미국의 증권분석가들은 삼성이 가전과 모바일 사업을 하지 않고 반도체 사업에 전념한다면 훨씬 높은 자기자본이익률을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이 반도체사업 강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도 이런 지적과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총괄 이윤우 사장은 최근 반도체사업 비전을 선포하면서 "2005년 3백억달러의 반도체 매출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 매출은 삼성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것이란 게 반도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