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북미(北美) 재도전이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정몽구 회장이 삼촌(정세영 전 회장)의 실패를 만회해 낼까"

정몽구 회장이 내년 북미공장건설에 착수한다고 외신 회견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지자 시장투자자들은 현대자동차의 "브루몽 악몽"을 떠올리며 이런 질문을 한다.

포니 엑셀이 미국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던 지난 89년.

당시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은 미국시장을 겨냥해 캐나다 브루몽에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현대는 10만대의 쏘나타 생산설비를 갖추었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93년 10월 가동을 중단했다

결국 지난 96년 브루몽 공장은 정리됐고 현대차의 북미 현지생산 첫 도전은 4천억원 정도의 손실을 입고 실패로 끝났다.

이제 현대가 다시 북미 현지생산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현대 관계자는 "브루몽 실패라는 교훈이 있기 때문에 이번 미국 현지생산은 확실히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89년 당시 현대차는 시장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엑셀 신화를 과신한 나머지 명확한 수요예측 없이 공장을 건설했다.

또 차종으로 선택한 쏘나타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차종에 비해 품질이 크게 떨어져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게 현대측의 분석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현대차는 보고 있다.

가격과 품질을 종합비교할 경우 EF쏘나타의 경쟁력은 도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에 필적할 정도이고 그랜저XG도 호평받고 있다는게 현대측의 설명이다.

''값싼 차 메이커''라는 이미지도 EF쏘나타와 싼타페의 미국 시판으로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현대 기아를 합쳐 올해 48만대를 팔고 내년에 50만대를 넘길 경우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 수요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과 수출만으론 통상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현지 공장의 필요성 및 성공 가능성을 더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대가 미국공장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자금 동원이다.

정 회장이 제시한 10억달러의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안정적 지분을 확보해야 하고 동시에 늘어나는 연구개발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공장건설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연구개발 능력도 현대차가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차가 현지조립 방식(KD)이 아닌 현지서 개발해 판매에 성공한 사례는 인도밖에 없다.

인도의 성공 차종은 경차 상트로(국내명 아토스)로 중.대형차 위주의 미국 시장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분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