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다소 어려움은 겪겠지만 자금대란이나 연쇄부도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최중경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4.4분기 자금시장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이같이 민간측의 시각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회사채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큰 동요 없이 연말을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이처럼 낙관하는 근거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5대 그룹의 경우 자체적인 유동성과 신용으로 만기 회사채를 상환 또는 차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4.4분기중 2조4천여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하는 현대의 경우 자체신용으로 대부분 차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현대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시장에서 무리없이 소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과 SK는 영업활동을 통해 이미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은 넉넉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일부 회사채를 조기상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의 경우 최근 회사채 발행이 늘고 있지만 이는 IMT2000 등 신규사업의 자금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는 현금장사 위주여서 전통적으로 유동성에 문제를 겪은 적이 없는 기업이다.

재경부는 6대 그룹이하의 기업들에 대해서도 큰 걱정을 않고 있다.

6대 그룹 이하의 기업들은 4.4분기중 약 9조원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하는데 이중 상당부분이 워크아웃 상태여서 실제 상환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나머지 비워크아웃 기업의 회사채는 프라이머리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 발행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재경부는 보고 있다.

특히 프라이머리CBO발행과 관련, 10조원 규모의 채권형펀드를 오는 11월 초부터 체신예금 연기금 등의 자금으로 하나 더 조성할 예정이다.

정부는 11월 초 체신예금과 연기금으로부터 5조원을 예치받고, 나머지 5조원은 금융.기업 구조조정 마무리 시한인 내년 2월 말까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출연받을 계획이다.

그러나 이처럼 올 4.4분기를 낙관하는 정부도 내년 상황에 대해서는 적잖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

내년중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30대 그룹 물량만도 무려 39조5천억원에 달해 올해(15조4천억원)와는 비교도 안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중경 과장은 "내년에 자금대란을 막으려면 2차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함으로써 금융시장 기능을 조속히 회복시키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