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 단독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파리 모터쇼에 참석중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대주주인 다임러 크라이슬러측의 반대로 대우차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대우차 재입찰은 GM의 독무대로 변했다.

반면 GM의 릭 왜고너 사장은 같은 날 한국 기자들과 만나 "대우차 인수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으며 분할인수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인수 의지를 분명히했다.

하지만 GM이 대우차를 통째로 가져갈지 마음에 드는 일부 공장만 사갈지는 분명치 않다.

GM도 이날 ''분할인수'' 가능성을 비친 데다 현대도 위탁경영에 대해선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어 대우차 처리방식은 여러 갈래로 점쳐진다.

정부와 채권단은 "포드를 놓쳐 버린 미숙한 국제입찰 실력으로 GM의 능수능란한 ''가격 후려치기''에 당할 것이 뻔하다"는 여론 부담을 잠재우기 위해 당분간 ''GM에 넘기는게 상책''이라는 명분 쌓기에 주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산업은행도 이날 GM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선인수 후정산''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혀 GM을 끌어들이기 위한 걸림돌을 전부 걷어낸 셈이 됐다.

◆ GM의 전략 =GM은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절대적인 주도권을 쥐게 됐다.

또 분할인수 방식을 통해 입맛대로 골라 살 수 있는 등 운신의 폭이 한결 넓어졌다.

GM은 일단 채권단에 정밀실사를 요구한 뒤 선별인수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GM이 이처럼 유리해진 입지를 1백% 활용할지는 유동적이다.

인수 가격을 지나치게 낮출 경우 협상 자체가 무산될 공산이 큰 데다 국민정서에 민감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

GM에 비우호적인 대우차 노조를 달래야 하는 부담도 갖고 있다.

◆ 현대 왜 포기했나 =정몽구 회장은 지분 10%를 보유한 현대차의 대주주인 다임러의 동의 없이는 대우차 인수 추진이 불가능하고 기아를 인수한지 1년6개월밖에 되지 않아 인수 여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대우차의 고용보장과 협력업체 유지문제를 유난히 강조함으로써 짙은 여운을 남겼다.

현대의 위탁경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같은 태도에는 현대가 지난 98년 기아자동차 인수전에서 보여줬던 고도의 전술이 숨어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현대는 우선 GM의 대우차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낮은 가격도 문제이지만 고용안정 등 정부측이 원하는 조건을 GM이 수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M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거나 매각 방식이 바뀔 경우 다시 자연스럽게 대우차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다임러의 인수포기 선언은 ''작전상 후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정부.채권단 어떻게 할까 =분할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는 GM이 특정 공장이나 법인을 상대로 협상을 요청해 오면 가급적 속전속결로 해치울 심산이다.

만약 GM이 납득할만한 조건을 제시하면 단독협상에 따른 정부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단독응찰에 나선 GM이 좋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많지 않고 정밀실사를 거칠 경우 연내 매각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분할매각시 안 팔리는 공장 처리문제도 쉽지 않다.

''알짜만 외국에 넘기고 골칫덩어리는 남겼다''는 비판을 들을 가능성도 높다.

바로 이 대목이 정부의 최대 고민이다.

정부는 GM의 태도와 여론의 추이가 극히 부정적일 경우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