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을 매입키로 본계약을 체결했던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계약조건을 이행키로 한 30일이 됐다.

그러나 네이버스는 29일까지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았고 납입하겠다는 뜻도 채권단(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등)에 밝혀 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매각 자체가 무산되는게 아니냐는 얘기와 함께 한보철강 매각이 대우자동차 처리와 ''닮은 꼴''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채권단은 시한을 다소 늦춰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매각 지연은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 채권단의 이행조건은 마무리됐다 =채권단과 네이버스 컨소시엄은 지난 3월8일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두가지를 서로 약속했다.

채권단은 매각에 따른 이행조건을 이행할 것, 네이버스 컨소시엄은 9월30일까지 인수대금을 납입할 것 등이었다.

이 가운데 채권단의 이행조건은 30일자로 마무리된다.

30여가지 이행조건중 쟁점이 됐던 당진공장 부두 전용사용권은 항만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한보철강 공장에 (주)한보 및 한보에너지 명의로 돼 있던 10만평의 부지도 한보철강 소유로 바뀌었다.

외국으로부터 도입한 설비에 대해선 공급업체로부터 다른 곳에 양도해도 좋다는 동의도 받았다.

다만 한보철강 매각을 승인하는 정리계획안 변경은 30일 법원에서 인가가 확정된다.

또 최대 쟁점이었던 조세 채무 문제도 30일자로 해결될 예정이라고 채권단은 밝혔다.

◆ 네이버스 인수대금 납입할까 =채권단은 지난 26일 실무자들을 미국으로 보내 네이버스측의 입장을 타진했다.

그 자리에서 네이버스측은 "우리들은 다 준비됐는데 (채권단이) 이행조건을 빨리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송경호 자산관리공사 이사)

이 말만 놓고 보면 네이버스측은 인수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네이버스가 한보철강 인수를 위해 국내에 회사를 설립했으며 상당히 많은 인력과 돈을 투입했다"며 "인수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채권단의 이행조건 선행문제가 사실상 마무리됐는데도 불구,네이버스는 29일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부실기업 매각관례상 흔치 않은 일이다.

일부에선 네이버스가 인수가격 4억8천만달러를 깎기 위해 지연 전술을 쓰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 어떻게 될까 =채권단은 그다지 조급해 하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30일까지 인수대금을 납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10월초에 결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네이버스가 사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곳에 팔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내심 불안한 기색을 비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채권 회수가 지연되는건 물론이고 한보철강을 대우자동차와 비교하는 국내외의 여론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