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살림규모가 처음으로 1백조원을 넘게 됐다.

지난 98년 이후 재정적자가 4년 연속 계속되는 상황에서 "재정 1백조원 시대"에 진입,외환위기 이후 심각히 훼손된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긴축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예산증가율이 금년 본예산 대비 9%에 이르고 있어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예산증가율을 경상성장율 보다 2%포인트 낮게 운영하겠다던 당초의 약속에도 어긋날 뿐아니라 최근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 8~9%의 경상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 되기 때문이다.

또 내년도 세수가 금년 본예산보다 17조원(25%)증가할 것으로 보고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1%이내로 축소될 것으로 장담하고 있으나 이는 지나친 낙관이다.

<>생산적 투자적어=예산규모 증가 못지 않게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내년도 예산안이 "생산적 투자"보다는 "경직성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 등에 대한 투자보다는 경직성 지원성격이 큰 복지비(31.1%),교육투자(22.7%),대북지원(3백95%)이 큰 폭으로 증가한데서 잘 나타난다.

생산적 투자에 대한 지원이 축소되면 지금처럼 경제의 주변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에서 경기가 활성화되도록 자극하거나 유도할 요인이 적어진다.

더군다나 근래 고유가에다 대우차 매각지연이후 예상되는 경제적 파장과 거시경제의 변화요인이 예산안에 신축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항목은 논란의 소지=환란이후 소득분배 구조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들 지출의 대부분은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려운 경직성 예산이어서 재정운신의 폭을 제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내국세의 11.8%이던 교육재정 교부율을 13%로 인상해 4조1천억원의 지원을 늘린 것은 지방교육 재정을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겠으나 국가재정 기반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기초생활 보호대상자를 1백60만명으로 늘리고 1인당 월평균 지원액을 16만6천원으로 인상한 것도 두고두고 재정운영을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또 의료보험 체제를 수술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없이 금년보다 5천8백억원이나 늘어난 무려 1조9천억원을 의약분업에 지원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지원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가운데서도 방위비를 6.3%나 늘린 것도 상호 모순이다.

남북관계의 개선은 궁극적으로 방위비 감소로 나타나야 한다.

앞으로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 복지시스템을 우리 능력에 맞도록 정비하고 공공개혁을 서둘러 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지난 외환위기 때 위기극복의 일등공신이었던 재정이 반대로 남미나 러시아처럼 경제위기 원인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최경환 전문위원.허원순기자 kgh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