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증시의 ''무능아''로 전락하면서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인텔쇼크를 계기로 이들의 부실한 분석능력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월가 애널리스트(시장분석가)들은 이해당사자인 기업측에서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투자등급을 매김으로써 증시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이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여론이다.

지난주 질레트,알코아,굿이어타이어&러버 등이 유로화 약세와 고유가의 이중고 탓에 기대이하의 실적을 기록할 것 같다고 발표하자 애널리스트들은 그제서야 허둥지둥 실적 예상치를 낮췄다.

경험이 부족한 신참 애널리스트들의 ''순진성''도 문제점이다.

퍼스트 콜·톰슨 파이낸셜의 조사담당이사 처크 힐은 "90년대 월가에 등단한 젊은 애널리스트들은 경기하강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감(感)이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이 맹목적인 장밋빛 무드에 급속히 전염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불평거리다.

시장조사업체인 퍼스트 콜 데이터의 통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이 매기는 2만8천개의 투자등급 중 ''적극 매수추천''이 36.5%에 달하며 ''매수추천''도 37.5%나 된다.

이들이 내놓은 투자등급 10개 중 7개에 파란불이 켜져 있다는 얘기다.

빨간불은 찾아보기 힘들다.

''매도추천''(0.4%)과 ''적극 매도추천''(0.2%)을 합쳐봐야 0.6%에 불과하다.

최근 수많은 기업들이 기대이하의 실적전망을 발표했지만 주가목표나 실적 예상치를 조금 낮췄을 뿐 투자등급 자체를 낮춘 애널리스트는 거의 없었다.

US뱅코프 파이퍼 제프리의 애널리스트인 애쇼크 쿠마르가 ''스타''로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일하게 인텔의 실적부진을 알아맞혔던 그는 ''월가의 반항아''로 통한다.

독특한 조사방법과 대세에서의 이탈,독자적인 투자등급을 매긴 덕에 얻은 별명이다.

그는 델컴퓨터 등 인텔칩의 수요기업들까지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인텔의 일방적인 정보제공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인텔칩 수요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그는 인텔쇼크가 터지기 2주 전에 인텔의 투자등급을 낮췄다.

펀드매니저들은 이미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불신''이란 낙인을 찍었다.

스타인로&판햄의 펀드매니저인 데이비드 브래디의 조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보고서는 참고자료일 뿐 이들의 투자추천만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