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월가에서는 고유가,유로화 가치약세와 함께 한국증시의 폭락 현상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증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밝게 보는 시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여부에 따라서는 대형호재가 생길 수 있고 또 정보기술(IT)업종이 주도하는 시대에서 인적자원이 우수한 한국의 경쟁력은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 근거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주가가 왜 폭락하는가 하는 점이다.

여러가지 원인을 들고 있으나 한국 정부의 태도가 갈수록 불분명해 지고 있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대출사건과 관련해 처리가 명확지 못했던 점을 들어 정부의 도덕적해이 문제까지 거론하는 투자가들도 늘고 있다.

그 결과 최대현안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표류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실질적 주체인 정부가 투명하지 못하다면 과연 구조조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다.

''설령 정부의 추진의지가 강하다 하더라도 레임덕까지 겹친 경제이기주의로 이를 현실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문제와 관련해서는 포드사의 대우차 인수 포기보다는 일부 기업의 유동성 문제와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려하는 것은 기업 자체적으로도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화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투자가관계(IR)활동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IR활동에 나서는 기관들은 한국경제의 건전한 기초여건(fundamentals)을 들어 투자유치를 권고하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 김영삼 정부가 보여준 입장과 다를 게 없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최근과 같은 해외시각이 변하지 않는 한 외국인에 의해 좌우되는 한국증시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증시가 기조적으로 상승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증시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다가는 안정은 고사하고 시장구조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유념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해외시각을 우호적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여러가지 과제를 들고 있으나 우선 최근 한국 정부가 보여준 이해하지 못할 일련의 문제에 대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투명하게 매듭지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특히 정책당국자일수록 신중해야 할 것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집권후반기''라는 특수한 상황이 겹침에 따라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을 경우 갖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집권전반기보다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런 측면에서 이해되는 대목이다.

최근의 상황이 어렵다 하더라도 구조조정은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다만 추진방법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보여준 조직과 인력 축소보다는 기업지배구조나 수익성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로는 한계가 있고 시장에 의해 추진돼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IR활동도 어느 정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

같은 현안이라도 기관별로 달리 얘기한다면 한국경제나 해당기업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현 시점에서 정부와 금융기관,기업들이 합동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IR활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