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숙 < 라파즈코리아석고 구매팀 차장 >

미국계 IT기업에서 프랑스계 다국적 건축자재 업체인 라파즈코리아석고로 옮겨 온 지 이제 9개월째 접어들었다.

맡고 있는 업무는 구매와 자재관리.구매부서가 여성이 일하기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장을 옮길 때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건자재 회사의 구매업무는 IT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품목이 많은데다 거래선도 다양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부서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얼마전부터 라파즈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신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

지난 7월엔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아시아 지역 책임자들의 모임이 있었다.

각 사업장별 비용 절약에 대한 성과와 사례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행사가 끝나고 발표내용을 책 한 권으로 묶는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사례를 복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복사비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

난감했다.

한편에선 좋은 자료이니 이 정도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또 한편에선 비용 절감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또 다른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바탕 토론이 이어졌다.

비용지출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외국기업의 업무 특성이 잘 드러난 논쟁이었다.

이들은 이렇게 효율을 중시하는 마인드가 몸에 배어있었다.

한국식 업무방식에 익숙해있는 시스템을 바꾼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단순히 시스템만 도입한다고 해결될까.

새로운 시스템 적용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나가는 게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직원들을 만나고 이해시키는 과정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되고 실제로 운영돼 효율성이 높아간다면 큰 보람조차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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