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유가 대책은 고유가의 충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고유가 시대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정부가 막상 유가가 급등하자 우선 국내 기름값과 전기료 인상을 서두르는 것부터가 그렇다.

목욕탕 문을 닫고 야간 경기를 금지시키는 에너지 소비억제책도 마찬가지다.

◆매번 되풀이되는 미봉책=정부는 어김없이 10부제 운행과 유류가격 인상을 들고 나왔다.

10부제 운행을 유도해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정부 내에서조차 "또 10부제냐"는 비판이 있지만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정부의 하소연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국회의원 선거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던 숙제였지만 이 기회를 틈타 한꺼번에 풀어보자는 의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국내 발전량 가운데 기름을 때서 나오는 전기는 8%에 불과하다.

목욕탕 주1회 휴무와 네온사인 사용 규제,야간 경기 억제 등은 에너지 절약 마인드를 불어넣자는 ''순박한'' 조치에 불과하다.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체질부터 바꿔야=정부는 에너지대책을 발표하면서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추진해온 각종 에너지절약 대책이 한계를 보였다는 점을 시인했다.

에너지 절약을 추진하는 산업체 등에 정부가 자금이나 세제 등을 지원하는 방식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자체 분석이다.

올 상반기 중 에너지 소비증가는 고유가에도 9.1%에 달했다.

한국은 여전히 고유가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다.

중장기 대책도 단골 메뉴다.

유가가 급등할 때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가 유가가 떨어지면 금방 사라져온 정책이라는 얘기다.

해외개발 원유 도입 비율이 1.7%에 불과한데도 이 분야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경엽 박사는 "고유가에 견딜 수 있는 경제체질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