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정공법을 통해 최근의 경제위기를 이겨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편법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은 시장기능을 왜곡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얘기다.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금융부문 구조조정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란 주장이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위기는 고유가를 비롯한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커 마땅한 대책을 찾기 쉽지 않다"면서 "시장에 미칠 충격을 뒤로 미루기만 하기 보다 정면으로 맞서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우리 경제는 광범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단계인 만큼 위기와 상관없이 구조조정은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이사는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은 세계경제의 유례없는 호황과 같은 대외여건의 도움이 컸다"면서 "이 때문에 지난 2년간 각 경제주체들이 긴장을 늦추고 안이한 생각을 갖게 됐고 결국 최근의 위기상황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정부가 시장안정을 의식해 저금리 정책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고집한 결과 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현 상황에 안주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대외여건이 나빠져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스스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은 하반기까지 신용경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정부는 금리를 신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수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원화의 지나친 절상은 정부가 막아야 한다"면서 "아직 국가신용도 회복이 충분치 않아 외환보유액을 적정 규모로 유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기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연말까지 성장률은 1%포인트 정도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1%포인트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성장률 하락을 막기위해 무리한 정책을 펼 경우 추가 물가상승만 초래할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은 "각 경제주체들이 위기를 감내하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장용 대우경제연구소 이사는 "물가 금리 등 가격변수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평가하고 정부는 이를 해결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이사는 "시중자금은 부동화 현상을 보이는 반면 기업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며 "정부는 장기적 시각으로 현안들을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