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상승하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원화강세와 맞물려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이 빚어지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자동차 섬유 석유화학 해운.항공 업체들은 유가와 환율추이를 시나리오별로 구성해 하반기 영업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있다.

국제유가상승분의 반영을 놓고 해운업계와 무역업계가 갈등을 빚고있고 정유업계와 정부간에도 신경전이 예상되는등 연쇄파장이 우려되고있다.

◆자동차=현대자동차는 유가가 30달러만 되더라도 당초 1백58만대로 예상했던 2001년 내수판매량이 1백45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내수 규모가 1백46만여대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1만대이상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현대는 이에 따라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소형승용차와 레저차,디젤엔진차의 판매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략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또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중·소형차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상용차 부문에서는 차량 경량화를 통한 연비 개선과 고수익 차종 보급을 확대키로 방침을 세웠다.

부품 재고를 최대한 줄이고 선물 거래를 통한 장기수급 계약을 맺는 등 원가절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섬유=원유가 인상이 폴리에스터 원료인 TPA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나일론의 주원료인 카프로락탐의 경우 작년 8월 t당 1천60달러에서 올 8월 t당 1천4백달러 대로 40% 정도 올라갔지만 제품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효성 관계자는 밝혔다.

코오롱의 경우 당초 원유가를 배럴당 35달러로 보고 계획을 세워 올해 사업계획은 그런대로 집행해 나가지만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삼양사 관계자는 "벙커C유 절약, 전기절약 등 현장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는 방법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정유=원유가 상승에 연동해 석유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업종의 특수성으로 인해 외형은 늘어나지만 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제지할 경우 곧바로 수지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어서 정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연간 에너지 비용이 4천억원 이상에 이르는 SK(주) 울산공장의 경우 조명을 전기절약형으로 교체하고 원유정제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가스를 재활용하는 등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석유화학=원자재인 나프타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1백% 반영하기 어려워 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t당 2백30달러 수준이던 나프타 가격은 최근 3백9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면 저밀도 폴리에틸렌 가격은 t당 7백81달러에서 7백65달러로 오히려 떨어졌다.

LG화학은 " 5월 이후 제품가격이 다소 회복세인 데다 성수기를 맞고 있어 당장 큰 어려움은 없지만 유가 급등세가 오래 지속될 경우 판매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 해운업계=항공업계는 당초 올해 항공유 평균 도입단가를 갤런당 76센트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달들어 다시 99센트로 올라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2000년도 예상 경상이익을 2천1백억원에서 1천6백20억원으로 수정했다.

대한항공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는 유가 상승분을 유가할증료 형식으로 운임에 대부분 전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업체들에 운임 비상이 걸렸다.

유럽 항로의 경우 올해초 처음 유가할증료가 생겨 차츰차츰 오르다가 지난 8월부터는 TEU당 65달러가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