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고유가의 충격에 비틀거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등 세계주요증시에서는 유가동향에 민감한 화학및 일반제조업체 주가가 하락하고 인플레우려로 국채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같은 고유가상태가 지속되면 미경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진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경제와 겨우 회복세를 타고 있는 일본경제가 침체에 빠질수 있다는 관측도 강하다.

에너지자원중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유달리 높은 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경제에 3차 오일쇼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가 10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날 결정될 OPEC의 원유 증산폭에 따라 향후 유가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OPEC회의 결과가 최대 관건=이날 회의에서 하루 1백만배럴 이상 증산이 결정되면 국제유가는 급속히 안정돼 빠른 시일내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러나 OPEC가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가격밴드제원칙을 고수,하루 50만배럴 증산에 그칠 경우 유가는 곧 배럴당 40달러선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OPEC가 이 두가지 시나리오의 중간인 하루 50만∼80만배럴 사이에서 증산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그 근거로 물리적으로 OPEC회원국들의 증산여력이 하루 1백만배럴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 있다.

11개 회원국중 사우디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를 제외한 국가들은 이미 산유설비를 풀가동중이다.

따라서 OPEC가 증산량을 늘리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무시할 경우 50만배럴 증산에 그치고,미국 등의 압력을 다소 수용할 경우 증산량은 70만∼80만배럴선이 될 공산이 크다.

최근 뉴욕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만난 사우디의 아지즈 왕세자도 OPEC가 70만배럴 증산에 합의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70만배럴로는 현재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원유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유가는 배럴당 30∼35달러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충격 가시화=30달러대의 고유가가 장기화됨에 따라 세계각국이 이의 직접적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경제에는 인플레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따라 국채 수익률이 크게 오르고 있다.

유럽경제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 압력으로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로 인한 각종 비용상승은 직접적으로 유럽의 경기둔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에 이어 영국 스페인 등지에서 연일 고유가를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석유 수입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시장의 충격도 이미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필리핀의 페소화가치는 달러당 45페소 수준으로 하락,사상 최저치를 향해 질주하고 있으며 태국의 바트화가치도 국내유가 인상설로 떨어지고 있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