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금융계의 시선은 한국은행 신관 15층 금융통화위원회 대회의실에 집중돼 있었다.

9시30분에 열린 회의에선 콜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물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일부 위원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유가급등 등으로 불안한 경제여건에서 금리 인상은 시장에 의외의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금통위원들간의 격론은 계속됐다.

''통과위'' ''거수기''라는 비아냥을 받곤 하던 모습과 정반대였다.

이 때문에 회의는 평소보다 1시간 이상 길어져 11시30분을 넘겼다.

정부는 전날부터 금리를 현수준에서 잡기 위한 공세를 강화했다.

진념 재경부 장관은 6일 "현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 기대심리를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전날 진 장관을 비롯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함께 한 조찬모임에서 전철환 한은 총재는 압박수위가 만만치 않음을 절감해야 했다.

회의시간이 길어질수록 한은 집행부의 속도 타들어갔다.

지난 2월 이후 묶어왔던 금리를 이제는 올려야 할 만큼 물가불안심리가 싹트고 있다는게 한은 내부의 판단이었다.

이날 회의자료도 금리인상에 비중을 두고 준비됐다.

진통을 거듭했던 금통위가 동결 쪽으로 가닥을 잡자 집행부 직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기존 자료를 폐기하고 새로운 발표문을 급조하기 시작했다.

전 총재는 금통위가 끝난 뒤 의례적으로 들고 나오던 기자간담회 참고자료조차 준비하지 못한 채 단 2쪽짜리 발표문만을 갖고 기자실에 들렀다.

한은의 신뢰성에 흠집을 냈다는 자괴감 탓이었을까.

기자회견이 끝나자 한 간부는 "유구무언"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지난달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조치를 ''일본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획기적 전기''라고 반겼던 그들이다.

이번 결정의 손익계산서를 따지긴 이르다.

''고뇌에 찬 결단''이란 평가와 함께 ''고개숙인 중앙은행''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한은 직원들은 힘의 한계를 절감한 모습이었다.

유병연 경제부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