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비행을 지속하는데다 외국에서 꾼 돈에 대한 이자지급이 늘어나면서 경제성장의 과실을 국민들이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11.1%.

그럼에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냉랭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상반기중 유가상승 등에 따라 수출입 교역조건이 나빠진데다 대외 이자지급마저 증가함에 따라 국경을 빠져 나간 국부는 1.4분기 13조3천억원과 2.4분기 17조5천억원을 합쳐 모두 30조8천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규모(36조6천억원)의 85%에 달하는 액수다

땀 흘려 일한 대가의 일부가 산유국으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 GDP와 GNI 격차 확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백26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1백95조5천억원에 그쳤다.

GDP는 한 나라의 국경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의 단순 합계다.

반면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생산활동을 통해 얻은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GDP에서 해외에 유출된 소득분을 빼고 국외로부터의 유입분은 더한다.

따라서 GDP보다 GNI가 적다는 것은 그 만큼의 소득이 국내에 남아 있지 않고 해외로 빠져 나갔다는 의미다.

◆ 교역조건 악화가 주범 =GDP와 GNI간 격차는 주로 원유 도입단가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 악화돼 무역손실이 크게 늘어난데 기인한다.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수입량을 의미하는 교역조건 지수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수입단가가 크게 오름에 따라 지난 2.4분기 72.6(95년 1백기준)에 그쳤다.

2차오일쇼크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작년 동기대비 13.7%나 악화된 셈이다.

이같은 하락폭은 지난 80년 1.4분기(마이너스 15.1%)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지난 1.4분기 교역조건지수도 76.6를 기록, 올 상반기 전체로는 74.5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실질 무역손실 규모는 1.4분기 13조1천억원과 2.4분기 16조5천억원을 합쳐 29조6천억원에 이른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일정량의 상품수출을 통해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줄어든다.

이는 국민이 소비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감소시켜 실질소득을 축소시킨다.

◆ 전망 =재경부는 지난 7월 "상반기에 악화된 교역조건이 하반기엔 반도체 가격 회복 등에 따라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하반기엔 GNI 성장률이 GDP 성장률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교역조건 지수의 향방은 국제 유가에 달려 있다"며 "유가 상승이 지속되는 한 교역조건이 개선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고 있는 두바이산 국제유가는 30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제유가 동향과 향후 전망''을 통해 "내년 2.4분기까지 배럴당 28∼30달러의 고유가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경제연구소의 전문가는 "반도체 수급이 개선돼 수출단가 상승요인이 있지만 이보다 원유 등 수입부문의 가격 상승이 훨씬 클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으로 교역지수가 개선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산품의 품질 경쟁력을 길러 수출단가를 높이는게 유일한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