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국가표준체계가 산업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산업규격(KS규격)은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을 14%만 충족시킬 뿐이다.

부처별 표준이 달라 국내에서도 제 역할을 못한다.

각종 저울을 만드는 카스(KASS)는 국내용 저울과 일본 수출용 저울을 따로 만든다.

KS규격은 저울을 전기식지시저울 하나만 규격을 정해 놓고 있지만 일본은 상업용 체중계용 산업용 등 기능별로 저울검정기준이 세분화돼 있기 때문이다.

비용이 크게 늘어나지만 수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게 이 회사의 푸념이다.

무려 19개 부처가 60여개 법률로 국가표준을 운영, 중복된 표준도 상당수에 이른다.

공장폐수의 수질을 검사하는 기준은 산업자원부와 환경부가 각각 다르게 제정해 놓았다.

똑같은 공장폐수의 오염을 측정해도 기준에 따라 합격.불합격이 달라진다.

서울 지하철 4호선의 경우 서울시와 철도청의 철도운행 규격이 다르다.

철도청은 좌측통행과 교류전압 방식을, 서울시는 우측통행과 직류전압 방식을 택하고 있다.

때문에 철도차량 통행과 전압 호환을 위해 남태령역에서 일시 정전과 함께 차량 교차가 이뤄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비용 낭비는 물론 사고 우려도 크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산자부는 국무총리가 의장을 맡는 국가표준심의회를 이달 중순 개최해 부처간 서로 다른 규격을 일제히 정리해 국내 표준의 통합과 국제화를 추진키로 했다고 6일 발표했다.

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과)는 "일본 표준을 무작정 베껴 왔던 국가표준체계를 하루라도 서둘러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국가경쟁력이 뛰어나면 자연스레 표준의 질이 높아지지만 거꾸로 표준의 질을 높여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