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권정숙(37·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씨는 일요일인 3일 남편과 함께 아파트 단지옆 골목시장에 나갔다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오리 사과 큰 것이 한개에 1천원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신고배도 상품이 개당 5천원으로 오른 상태였다.

1주일 전에 비하면 무려 40∼50% 오른 값이다.

생선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추석이 다가올 수록 값은 더 뛸 것이라는 가게 주인의 말을 듣고는 벌써부터 차례상 차릴 일이 걱정됐다.

추석을 앞두고 이어진 태풍과 중국산 수산물 유해물질 파동으로 농수산물 공급이 줄어들면서 값이 폭등하고 있다.

가뜩이나 추석 상차리기 등으로 수요가 늘어 가격상승세는 추석 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3일 농수산물 도·소매시장과 생산 농민 등에 따르면 지난주 한반도에 기습 상륙한 태풍으로 강풍이 몰아치면서 수확직전의 과일들이 떨어져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밤 등 추석 성수품 가격이 급격히 뛰어오르고 있다.

반입물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2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신고) 도매가격은 상품 15㎏ 상자당 5만원으로 1주일 전에 비해 61%나 급등했다.

포도(캠벨)도 상품 5㎏ 상자당 8천원으로 1주일 전보다 11% 올랐다.

출하초기 상태인 햇밤 값은 산지에서 품질별로 최고 2배까지 뛰어올랐다.

밤 주산지인 충남 공주지역의 햇밤(1㎏ 기준)은 특품 3천5백원,상품 2천5백원,중품 1천5백원,하품 1천원 등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영등포 청과시장 관계자는 "추석이 지난 해보다 2주일 가량 이른 데다 최근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집중적인 피해를 입어 물량이 대폭 줄었다"며 "대금을 미리 주어도 제대로 된 물건은 원하는 물량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호우와 태풍으로 어선들이 장기간 발이 묶인 데다 부서진 어선들이 많아 수산물 값도 치솟고 있다.

지난 2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고등어는 10㎏ 상자당 4만7천5백원에 거래됐다.

이는 1주일 전보다 25.3%나 오른 값이다.

우럭 등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 생물 값은 대부분 30∼50%나 올랐다.

계절을 덜 타는 건오징어(큰것)까지도 1축에 1만6천2백50원으로 1천∼2천원 오른 상태다.

특히 수산물은 상당수가 중국산이었으나 중국산 수산물에서 납 등이 나오면서 수입이 끊겨 시장 유통물량 자체가 감소했다.

이 통에 과거에 수입한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해 비싼 값에 팔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수산물 상인은 "요즘 중국산은 반입이 안돼 거의 모두를 국산으로 팔고 있는 데도 소비자들이 구입하지 않는다"며 "국산은 너무 값이 올라 팔지리 않고 수입산은 불안하다며 사지 않아 타격이 심하다"고 말했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