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졸업을 계기로 금융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재벌들이 개혁 노력을 중단할 경우 새로운 부도사태를 초래해 다시 위기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31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이 움직인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재벌과 금융권의 개혁노력이 지속돼야만 한국이 성장추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사설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은 대단한 활력을 보이면서 97년 경제위기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99년 11%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고 올 경제성장률 도 8%를 쉽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경제성장의 원동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외신인도 회복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되돌아옴으로써 외환보유액이 900억달러에 이 르렀고 이로인해 금리도 안정됐다.

재정 정책 역시 상당 부분 완화됐다. 억제됐던 수요가 풀리고 노동시장 여건이 개선되면서 국내 소비도 늘었다.

저환율과 세계적인 수요확대 덕 분에 한국의 수출경쟁력도 크게 강화됐다.

중소기업, 특히 정보통신분야의 중소기업들이 강화된 경쟁력과 개선된 경제여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99년 신규 은행대출의 46%를 중소기 업이 차지한 반면 대기업은 8%에 그쳤다는 사실이 중소기업의 영향력 증대를 보여 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던 재벌의 상황은 좋지 않다.

재벌들은 구조개혁 성과가 미진한 데다 대우그룹 붕괴까지 겹치면 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 결과 한국 재벌들은 신용경색에 직면 해 있다.

재벌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전망이 가능하다.

첫번째 가능성은 채권단 이 재벌을 압박해 개혁을 더욱 진지하게 추진하게끔 하고 자산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두번째 가능성은 보다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다.

외환위기 당시의 소 유주들이 여전히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재벌 기업에서는 오너 족벌들 이 자산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개혁을 거부할 경우 신규투 자가 끊길 것이고 재벌기업은 침체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불안정한 고도성장 추세에서 경기가 갑자기 둔화되면 새로운 부도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초래된다면 한국 금융부문의 취약성 때문에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결과 은행권은 건전성을 되찾 았으나 아직도 부실여신이 많이 남아 있다.

그나마 비은행권은 더욱 취 약한 상태다. 경제의 강력한 성장추세는 개혁 인센티브를 약하게 만든다.

그러나 한국경제사의 다음 장이 취약해지지 않으려면 개혁 노력은 지속돼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