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구조조정업무를 총괄하는 구조조정위원회는 30일 현재 42명인 인력을 25명으로 감축하는 인사를 9월1일자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위는 이날 현대자동차의 계열분리 문제가 마무리되는 등 그룹 구조조정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됨에 따라 당초 약속한 대로 이같이 인원을 축소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들이 그룹의 ''우산''에서 벗어나 각개약진하는 추세인 만큼 구조조정위의 기능과 역할을 최소한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위는 앞으로 계열사정리와 자구계획 실적점검 등 본연의 구조조정 관련업무와 국내외 IR(기업설명)활동을 수행할 최소한의 인원만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의 이같은 결정은 정부가 그룹의 구조조정위원회(또는 구조조정본부)를 과거의 회장비서실이나 그룹 종합기획실처럼 계열사들을 통제하는 비법률적 조직으로 간주,조기 축소 내지 해체를 독려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 LG SK 등 다른 그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구조조정위 축소 배경=이번 결정은 약속 이행이라는 측면과 함께 그동안 구조조정위가 현대문제 수습과정에서 정부 및 채권단과 대립하는 양상으로 비춰졌던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기구축소 방침에 부응하면서 그룹의 대외이미지와 내부의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의도다.

현대건설 유동성문제와 관련,앞으로 예상되는 경영체제 및 임원진 개편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구조조정위의 재무팀장(신용관리팀장)이었던 강연재 상무가 벤처창업을 하겠다며 휴직한 상태이고 같은 팀의 이주혁 이사도 현대투신 등 금융부문 계열사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위를 떠나는 인력중 현대자동차 출신 3명이 현대차로 복귀하는 등 대부분 전출되기 전의 원래 소속사로 되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수 위원장은 현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구조조정위는 그룹분할과 계열사정리가 완료되는 오는 2003년까지는 완전히 해체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그룹들의 대응=삼성 등 다른 그룹들은 현대의 결정에 대해 현대의 특수사정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꺼려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후속조치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의 구조조정위원회(또는 구조조정본부)에 대해 계열사의 인력과 자금 등을 지원받고 있는 데 대해 부당지원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인 것과 관련지어 이번 일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그룹은 계열사정리 및 외자유치 등 구조조정업무의 특성상 당분간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기 축소 내지 해체는 쉽지않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그룹들은 대부분 지난 98년4월 정부 방침에 따라 종전의 회장비서실및 그룹 종합기획실을 폐지하고 구조조정본부를 신설했다.

삼성은 출범당시 1백50명이던 구조조정본부 인력을 80명으로 대폭 줄인 상태다.

LG는 62명의 인력을 지난해 51명,올해 42명으로 축소한데 이어 구조조정 진척도에 따라 추가 감축할 예정이다.

SK는 90명 수준이었던 인력을 그동안 세차례에 걸쳐 30명으로 줄였다.

SK는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바로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