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와 경유 가격 인상폭을 당초 예상보다 높게 잡은 것은 왜곡돼 있는 에너지소비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가격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계층 및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31일 공청회와 가을 정기국회 세법개정 과정에서 이 안이 그대로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 인상폭은 얼마나 되나 =수송용 휘발유와 경유 LPG의 상대가격 비율을 현재 100대 49대 28에서 2002년까지 100대 60대 47로 조정한다는게 개편안의 핵심이다.

현재 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2백99원인 만큼 다른 가격 변수가 없다고 가정하면 경유와 LPG는 현재 ℓ당 6백34원과 3백60원에서 2002년 7백79원과 6백10원으로 오르게 된다.

인상폭은 경유가 22.9%, LPG가 69.4%다.

정부는 이같은 1차 가격인상 계획을 반드시 밀고 나가겠다는 일관된 입장이다.

이번에 가격체계 조정에 실패하면 왜곡된 가격체계를 바로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1단계 인상이 완료되면 2003년부터 2∼3년간에 걸쳐 상대가격 비율을 100(휘발유)대 75(경유)대 60(LPG)으로 다시 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2003년 이후에 결정키로 했다.

실제로 시행될지 여부는 다음 정부에서 결정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가정용과 산업용 유류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가정용은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물가상승 요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용의 경우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가정용의 경우는 등유, 산업용은 중유만 조금씩 값을 올리기로 했다.

◆ 장애인 및 대중운수업체에 대한 지원책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으로 2002년까지 4조∼5조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세수 증대분 가운데 4조원 가량을 장애인 계층과 택시 버스 등 대중운수업계에 지원할 계획이다.

LPG 차량을 사용해온 장애인에게는 평소에 쓰는 연료값을 평균적으로 계산해 늘어나는 부분만큼을 정부가 연료 쿠폰 등으로 보조해 주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정부는 지방주행세를 올려 경유와 LPG 값을 인상한다는 방침이어서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는 세금으로 택시 버스 트럭 등 운수업계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장애인협회 택시조합 등 이해 당사자들이 보조금 형식보다는 면세유 공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정부의 이같은 지원책이 무리없이 시행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정부는 개인별 업체별 연료 사용량을 일률적으로 계산해 보상한다는 원칙이어서 보상금액을 놓고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