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반도체 등 정보통신(IT)산업 수출 및 투자 호조에 힘입어 여전히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섬유나 건설 등 다른 업종 경기는 좋지 않아 경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체감경기도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7월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호조에 힘입어 생산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9.3%, 출하는 19.2% 각각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달(81.9%)과 비슷한 81.5%를 기록했다.

소비를 나타내는 도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달의 11.1%에서 8.3%로 떨어져 소비 둔화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박화수 경제통계국장은 "내수는 둔화되고 있으나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현 경기는 상승추세를 유지하면서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표 경기는 괜찮지만 체감 경기는 썰렁하다.

반도체 컴퓨터 등 일부 업종만 호황일뿐 나머지 업종은 별로 좋지 않은 경기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경기하락기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7월에도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생산은 9.3% 증가에 그쳤다.

반도체와 컴퓨터 휴대폰 등 세가지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상반기 무려 27%에 달했다.

정보통신(IT) 산업이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석유정제는 원유가 상승으로 7월 생산이 전년동월보다 7.6% 줄었으며 조립금속(마이너스 4.6%) 화학제품(마이너스 1.4%)도 감소세였다.

섬유제품은 출하가 2.6% 줄었으며 음식료품도 마이너스 1.6%를 기록했다.

음식료와 섬유제품은 가동률지수도 각각 4.2%, 4.5%가 낮아졌다.

피부로 느끼는 경기도 썰렁하다.

향후 경기를 예고해 주는 각종 경기실사지수(BSI)는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수 BSI는 8월중 95로 7,8월 연속 두달 100 밑을 기록했다.

BSI가 100 밑으로 내려간 것은 99년2월 이후 처음이다.

BSI가 100 아래라는 것은 앞으로 경기가 나쁠 것으로 보는 기업인이 좋을 것으로 보는 기업인보다 많다는 의미다.

대한상공회의소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BSI도 하락추세다.

세일때마다 매출이 10%이상 늘었던 백화점들은 지난 여름 세일때는 한자릿수에 만족해야 했으며 TV 세탁기 등 전자제품 판매량도 크게 줄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의 신동석 연구원은 "기업실사지수나 부동산가격 등의 추세를 볼때 내수성장 속도가 앞으로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IT산업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도 "경기주도업종의 재고순환을 볼때 경기는 3.4분기중 정점을 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