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외환시장에서 외환거래량과 환율수준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끌었다.

외환딜러들이 기업들의 실수요 거래를 제외한 투기적 거래를 포기하는 부분태업이 계속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장이 열리자마자 예전처럼 정상거래가 일어나 딜러들의 부분태업은 싱겁게 막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4일 명동의 한 중국 음식점에 국내외 은행 외환딜러 30여명이 모인 것에서 비롯됐다.

시장이 한산한 틈을 타 친목이나 도모하자고 모인 이 자리가 곧 외환시장의 큰 손(정부)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일부 외환딜러들이 "당국이 환율이 내려가면 공기업들의 ''달러 매입''을 유도하고 반등을 시도하면 반대로 차익매물을 내놓는 상황을 만들어 시장기능을 질식시키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초 1천1백10원대로 주저앉은 이후 지루한 박스장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환차손의 위험을 안고 있는 무역업체들에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환율 등락을 이용,차익을 얻는 외환딜러들은 밥그릇을 잃은 격이었다.

"수요와 공급의 절묘한 균형"이란 주장도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더 컸다.

급기야 딜러들은 기업의 실수요 거래를 제외한 투기거래를 자제키로 결의했다.

당국의 지나친 개입에 대한 항의성 태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여파로 서울환시는 극도로 위축돼 하루 15억달러를 웃돌던 거래량이 5억∼7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당국은 발끈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담합행위는 시장질서를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은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태업의 저변엔 국내 외환시장의 뿌리깊은 문제들이 쌓여 있다고 딜러들은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일을 일과성 해프닝으로 치부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제에 외환시장에 근본적인 문제점은 없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병연 경제부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