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또 요동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5%가 올라 배럴당 32달러선을 넘었다.

연말께 40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작년초 수준의 4배나 되는 것이다.

또 한 차례 오일쇼크가 오는 것인가.

이같은 고(高)유가의 원인과 대비책은 무엇인가.

◆유가 장기전망=장기적 수급 전망으로 보아 최근 고유가 현상은 적정하지 않다.

1970년대와 같은 오일쇼크로 이어질 성질의 것이 전혀 아니다.

세계 전체적으로 석유 공급능력이 수요를 압도하고 있고 또 가용 석유자원 발굴속도도 수요 증가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이는 권위있는 조사기관들에 의해 거듭 확인되고 있다.

우선 미국지질학연구소는 세계 1천곳에 대한 방대하고 치밀한 연구 끝에 2025년까지 세계 가용 석유자원이 5조배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올해초 전망했다.

이는 인류가 지난 1백년 동안 소비한 석유자원의 7배가 넘는 양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 역시 지난 3월 세계 석유수요가 향후 20년간 연평균 1.9%로 완만히 늘어나는 가운데 이미 확인된 매장량만도 1조배럴 이상이어서 이 기간의 국제유가는 배럴당 20∼22달러선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호주의 식량 및 천연자원경제청은 지난 3월 발표한 5개년 전망보고서에서 공급과잉으로 국제 원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21달러로 떨어진 뒤 2003년 14.5달러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에너지컨설팅회사인 CERA 역시 1860년대 이래 석유산업 장기 추세와 채굴기술 발전 동향을 근거로 지난해 한 자릿수 유가시대 진입을 예고했다.

야마니 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도 지난 6월,30년 후엔 엄청난 양의 석유가 남아 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불안의 표피적 원인=그렇다면 최근 유가불안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일각에서는 이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통제''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OPEC에 석유생산량을 늘릴 것을 촉구함으로써 OPEC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OPEC는 이미 지난 3월부터 합의수준 이상으로 ''초과생산''하고 있다는 것이 비즈니스위크지의 진단이다.

국제에너지에이전시도 ''OPEC는 이미 기구의 결속력이 와해될 지경으로 합의수준 이상으로 석유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면서 ''문제의 핵심은 미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 정부와 관련 업계가 계속 석유 비축량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유가급등은 전미석유협회가 지난 8일 미국의 원유재고량이 24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밝힌 데서부터 시작됐다.

민간 정유회사들이 석유재고량을 감축하고 있는 것은 1997∼99년 유가 폭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기별 단기 영업실적을 중시하는 미국 월가 분위기 속에서 정유회사들은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고자 이제 대부분 저스트 인 타임 생산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 유전도 더 이상 장기 리스계약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필요할 때마다 채굴권료를 지급하며 석유를 생산하는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일시적인 수급불균형 사태가 빚어질 때마다 급격한 가격 등락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의 문제는 그 절대적 수준보다 급등락 현상이 더 문제인 것으로 여겨진다.

대략 3개월에 한번씩 30달러대를 상향 돌파 했다가 20∼25달러대로 안정되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봤을 때 최근 발생하는 고유가에 대한 국가적 대비책은 적정량의 석유를 비축해 뒀다가 가격 급변동때 이를 완충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신동욱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