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이유들만으로는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 고유가를 다 설명하기에 미흡하다.

뭔가 다른 좀 더 중대한 이유가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국제경제학회 회장,모토야마 요시히코 교토대 경제학 교수의 설명이 주목된다.

그는 쇼군 8월호에서 "팔려가는 일본"이란 글에서 오일쇼크의 진상을 미국의 "글로벌 설계"로 갈파했다.

즉 연간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만성적 무역수지 적자로 인해 외채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로 메우는 과정에서 오일쇼크가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1971년 달러의 금 태환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해 당시 교역국들이 보유하고 있던 달러화 가치를 반감시킴으로써 대외채무 부담을 대거 덜어냈다.

이른 바 닉슨쇼크였다.

미국은 이에 이어 오일쇼크를 유발시킴으로써 일본과 유럽 등 대미 무역흑자국들의 달러보유고를 친미파 중동국가들로 빨아들였고,이를 다시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금으로 환수해 들였다는 것이다.

이른 바 "오일달러의 리사이클링"이다.

미국은 이렇게 발생하게 된 중동국가들에 대한 채무는 대신 중동전쟁과 군수품 수출로 상각했다는 설명이다.

모토야마 요시히코 교수는 최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외환위기도 미국의 의도된 작전으로 해석한다.

각국 통화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킴으로써 전 세계인이 미국 달러를 보유하게 만들어 미국으로 향할 청구권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 해석은 이머지새천년 9월호에 기고문을 낸 한스 허만 호페 미국 네바다대 경제학 교수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한국과 기타 여러 개도국들에게 있어서는 축복이다.

미국이 있기에 이들 나라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해 올 수 있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이란 없듯이,이렇게 이룬 국부는 미국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오일쇼크"와 "외환위기"로 리사이클 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유가불안을 이런 시각에서 조명한다면 이에 대한 대응책은 당연히 좀 더 근본적인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동욱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