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자로 현대그룹에서 분가할 예정인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기업이미지 창출 문제를 놓고 고심중이다.

현대의 그늘에서 확실히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계동 사옥을 떠나자는 주장이나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정공 등 현대차계열 소그룹의 이미지통합(CI) 작업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경영진 일각에서도 사옥이전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진통과 우여곡절 끝에 계열분리가 이뤄진 만큼 내부적으로 ''심기일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도 새 출발을 알리는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선 새 둥지를 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동안 현대 계열의 현대산업개발과 현대정유,삼성 계열의 제일제당 한솔 새한 등 계열에서 분리된 기업들이 대부분 새 집을 장만하고 CI 작업을 새로 했던 전례도 현대차의 이사 가능성을 더해준다.

그러나 계동 사옥에 계속 눌러앉아 있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대 계동사옥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자동차소그룹이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8개 계열사가 입주할 만한 큰 사옥을 찾기가 쉽지 않고 자동차계열이 옮겨갈 경우 빈 사무실을 채워줄 회사도 드물다는 점 등이 ''이사 불가론''을 뒷받침한다.

현대자동차는 서울 계동사옥 본관 1층 일부 및 7∼10층,정몽구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14층을 사용 중이다.

자동차그룹 CI 문제는 이사보다는 한결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세계적인 자동차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알린다는 차원에서 CI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설득력을 크게 얻지는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지명도가 전세계적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어 이름이나 로고를 바꾸는 작업은 워낙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기분 전환'' 차원에서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신중론에 동조하는 직원들이 많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