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2일 밝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의 모럴해저드 실태점검" 결과는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일부 기업주들의 모럴해저드가 상당부분 사실이었음을 입증했다.

이런 부실기업을 연명시키기 위해 금융기관은 부실은 떠안고 이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국민혈세(공적자금)를 쏟아붓고도 제대로 관리조차 안된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의 조사가 기업주와의 면담없이 서면조사로만 실시돼 불법행위를 적발해 내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또 실제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의 비리보다는 그 이전(96월10~98년10월)으로 소급해 조사하는데 대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조사결과 44개 워크아웃 진행기업중 9개 기업만 모럴해저드가 적발됐다.

24개 기업은 혐의가 전혀 없었고 11개 기업은 기업주가 아닌 경영관리단의 모럴해저드였다.

일부 문제기업으로 인해 워크아웃 기업 전체가 매도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일단 공을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에 넘겼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두 기관은 혐의사실을 확인한 후 민.형사상 절차를 밟게 된다.

<> 다양한 모럴해저드 유형 =미주그룹 박상희 회장은 지난 97년말부터 본인 소유토지를 계열사인 미주실업에 매각(24억원)하면서 5차례에 걸쳐 선수금 23억원을 받았다.

박 회장은 이중 13억원을 다른 계열사인 미주철강 증자대금으로 사용했다.

당시 부동산 매각 대금은 공시지가보다 65%나 높았다.

박 회장은 또 부동산 소유권조차 이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도그룹(김영진 회장)은 계열사인 진도로부터 13차례에 걸쳐 51억원을 차입(6월말현재 잔액 29억원)해 개인 용도로 유용했다.

이외에도 신호전자와 진도계열 중국 현지법인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관리를 엉망으로 해 온 것으로 밝혀져 일부 워크아웃기업주들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채무재조정 18개사중 8개사 기업주만이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고합(장치혁), 갑을.갑을방적(박창호), 신원(박성철), 삼표산업(정도원), 서한(김을영) 등 6개사 기업주는 공동 또는 각자 대표이사 형태로 경영에 계속 참여하고 있어 책임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 경영관리단의 관리감독 소홀 =워크아웃 기업과 기업주의 부도덕한 행위를 감시.감독해야 할 채권단과 회계법인등의 직무유지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시기관(회계법인과 신용평가기관) 등이 기업개선작업 성과를 엉망으로 평가하고 채권은행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1차 기업개선작업이 실패했다는 평이다.

이에따라 한빛은행은 갑을.갑을방적.신우 등의 실사를 맡았던 일부 회계법인을 향후 실사기관에서 배제키로 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제재조치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솜방망이 제재 우려 =금감원은 감독.관리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권은행들에 대해서 주의 수준의 솜방망이 조치를 내렸다.

관계자들은 지난98년 7월 워크아웃이 처음 개시된지 약 2년동안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금감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 내용도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의 부실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은행들과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금감원과 금감위 등 관련기관의 책임문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