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방치하면 한국이 국제적인 자금 세탁의 중개지로 전락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안형도 연구위원은 18일 금융거래정보시스템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가 자금세탁과 범죄자금 유.출입에 얼마나 허술한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자금세탁 규모를 지난 98년 기준으로 48조~1백47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국내 총생산(GDP)의 11∼33%에 해당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말부터 외환거래가 전면 자유화될 경우 범죄와 관련된 검은 돈의 흐름은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FIU 설립 =Financial Intelligence Unit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금융정보기구라고 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이다.

금융기관과 일부 비금융기관으로부터 범죄 관련 자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관련 정부기관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받아 분석한다.

FIU는 이렇게 분석한 결과를 다시 각 행정기관에 배포하고 수사를 의뢰한다.

정부는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등에서 필요인력을 차출해 FIU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 FIU가 이들 기관의 정보와 전산시스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개별적인 금융회사나 정부기관이 파악하기 어려운 범죄자금의 움직임을 보다 쉽게 관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 혐의거래 보고제도 도입 =금융회사 직원은 자신이 취급하는 금융거래가 마약 밀수 등 범죄와 관련된 것 같으면 이를 반드시 FIU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하지 않으면 처벌받고 이 의무를 지킨 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또 자신이 보고했다는 것을 고객에게 알려줘서는 안된다.

의심스러운(혐의) 거래의 유형에는 △가.차명계좌라고 의심되는 경우 △단기간에 거액이 빈번하게 입.출금된 후 계좌가 해지된 경우 △단기간의 다수거래로서 현금이나 수표의 입.출금총액이 거액인 경우 △해외 송금시 허위 또는 불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고객 등이 포함된다.

◆ 자금세탁관련 입법추진 =자금세탁방지법은 지난 97년 정부가 금융실명제 보완대책으로 국회에 제출했으나 15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바 있다.

정부는 처벌대상 범죄(전제범죄)를 죄질의 중대성, 자금세탁 발생가능성, 국제협력 필요성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