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북한방문은 사양합니다''

방북단 파견을 추진하고 있는 섬유업계가 북한의 소극적인 반응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는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섬유업체대표들이 사전투자조사 차원에서 북한 방문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북한의 대남경제협력창구인 아시아태평양위원회 산하 민족경제협력연합회에 보냈으나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섬산련은 중개인이나 팩스 등을 통해서도 북측에 수차례 회신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초 8월중에 투자조사단을 북한에 파견하려던 섬유업계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개인을 통해 전달받기로는 결실을 맺을 사업을 몇 개 갖고 방북해야지 산업시찰식의 방문은 원치 않는다는 게 북한측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섬산련은 업체들로부터 투자의향을 조사하고 있으나 많은 국내섬유업체들은 "북한의 사업여건이 어떤지 몰라 구체적인 투자계획 수립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섬산련은 현대아산재단과 북한에 조성하는 공단에 섬유업체들이 입주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섬유업체들의 임가공협력도 각종 걸림돌로 난항을 겪고 있다.

섬산연 김정회 부장은 "의류와 봉제업체들은 북한공장을 통한 시제품제작과 검수까지 마쳤으나 해상운임이 비싼데다 원자재 북한 반출에 따른 안전보장과 생산인력 기술교육에도 어려움이 예상돼 선뜻 오더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지난 7월중 전자공업협동조합 관계자들이 북한을 방문한데 대해 "북한이 전자쪽의 투자를 더 희망하는 게 아니냐"며 다소 불만스러운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시제품을 받아보니 북한의 기술수준은 만족스럽다"며 "의류와 봉제업종 투자가 고용창출등 경기진작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만큼 북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갖도록 정부가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