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입장과 논리를 설파할 간판 공격수를 누가 맡을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요즘 재계의 ''싸움닭''으로 불리던 공병호 자유기업원 초대원장이 올봄 인터넷 업체로 자리를 옮긴데 이어 유한수 전경련 전무도 다음달 디지털금융연구원장으로 전직하는 것이 확정되자 후임 역할을 누구에게 맡길지 고심 중이다.

전경련 안팎에선 손병두(59)부회장이 업무로 바쁜 점을 들어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의 좌승희(53) 원장을 첫번째 후보자로 점치고 있다.

좌 원장은 "재벌은 정부 경제정책의 산물이며 경제정책은 외생변수인 경제여건을 관리하는 간접관리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진화론적 재벌론''에 근거,재벌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해 왔다.

그런 점에서 그는 너무 이론적이고 학자적인 ''소신파''로 비쳐져 재계 대변인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 전경련은 앞으로 과거의 유한수 전무 같은 ''공격형''보다는 ''대안 제시형''의 인물을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떠오르고 있는 인물은 금융통으로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김석중(44) 전경련 조사1본부장(상무).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최근 김 본부장을 불러 "정부를 공격하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실익을 챙기는 쪽으로 재계 입장을 대변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에서 분리 독립한 자유기업원의 원장으로 이달초 취임한 민병균(59)씨도 "역할이 역할이니만큼 언론매체에서 부르면 나가서 ''관치금융 청산론''을 주장하겠다"고 밝혀 대변인 수용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맏형 경제단체''를 주창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경련의 ''공격수 공백상태''를 틈타 자신들이 재계의 대변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간판스타'' 발굴에 열중하고 있다.

김효성(59)부회장과 엄기웅(56)조사본부장(상무)은 최근 신문 기고와 TV토론 등 언론홍보에 나서고 있다.

상의는 대외활동을 홍보 실적으로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상의 관계자는 "박용성(60) 상의 회장의 지시로 곧 언론전문가를 초청,주요 간부들을 대상으로 신문 인터뷰 및 코멘트 요령과 TV 스피치 기법 등을 교육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