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채권단이 요구한 자구책시한인 19일보다 일주일이나 앞당겨 채권단과 합의를 하게 된 배경에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시장의 불신이 커진다는 강박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동시에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새 경제팀에 ''조기해결''을 지시한 것도 현대의 빠른 해법을 이끌어내는데 주효했다.

또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역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와 채권은행인 외환은행간의 실무협상과는 별도로 정 회장은 금감위 등 관계 당국과 연쇄접촉하며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법의 큰 테두리는 시장과 채권은행(외환은행)이 꾸준히 요구해온 "오너 지분을 팔아서 현대건설 빚을 갚아라"는 자구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현대가 그동안 ''사재출연이나 다름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거부해온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6.1% 매각을 통한 현대건설 지원 △그룹의 지주사격인 상선과 알짜배기인 중공업 지분처리를 수용함으로써 ''시장과 정부및 채권은행''의 요구를 거의 전면수용한 것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3부자 퇴진과 문제 경영진 사퇴 등 지배구조 개선문제가 ''미완''으로 남겨진 것은 앞으로 불씨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차 중공업 계열분리=현대사태가 촉발된 원인이 됐던 자동차 계열분리는 정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9.1% 가운데 6.1%를 매각해 현대건설이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는 등 현대건설 유동성을 적극 지원하는 쪽으로 매듭지어졌다.

채권단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면서 공정거래위의 요구도 충족시키는 해법을 찾은 것이다.

중공업 계열분리 시기도 못박았다.

현대는 늦어도 2002년 상반기까지 중공업 계열분리를 매듭짓기로 하고 걸림돌이 되는 지분을 조속히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자구계획=현대가 내놓은 현대건설 자구계획안의 핵심은 상선과 중공업 지분 처리를 통한 확실한 자구계획 이행이다.

지난 5월31일 발표한 유동성 확보계획 중 실효성이 떨어지는 서산농장을 담보로 한 2천억원어치 ABS 발행과 인천철구공장 매각을 보류하는 대신 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상선지분(23.86%,2천4백60만주)과 중공업지분(6.9%,5백26만주)을 매개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2천2백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는 또 방글라데시 시멘트공장,중국 다롄(大連) 오피스텔 등 국내외 부동산 매각을 통해 8백억원,이라크 채권 등 국내외 공사관련 채권 조기회수를 통해 2천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현대강관 고려산업개발 등 상장주식을 9월이전 장중매각하고 현대석유화학 현대정유 등 비상장주식을 연내에 제3자에게 매각하는 등 보유 유가증권 매각방법과 시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총 1조5천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자금 부족을 해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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