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일본 제로금리 정책의 포기는 앞으로 세계경제나 우리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제로금리 정책에 대한 입장차는 어떠했나=최근까지 제로금리 정책 포기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측은 일본은행이다.

금년 들어 일본경제는 1·4분기에 2.5%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6월 초에 발표된 단칸지수도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해 줬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비상처방책으로 추진됐던 제로금리 정책은 당연히 포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경기부양효과 이외에는 모럴 해저드,소득분배 구조 왜곡,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 지연과 같은 많은 부작용을 야기시켜 온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해야 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일본 정부였다.

일본이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할 경우 금리인상과 엔화 강세에 따른 디플레 효과 때문에 경기가 다시 침체될 우려가 있다는 게 그 근거다.

특히 96년 이후 일본의 성장패턴을 보면 상반기에는 회복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들어 침체되는 양상이 반복됐기 때문에 일본경기 회복세 지속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타 선진국들도 일본 정부와 비슷한 견해를 보여 왔다.

◆제로금리 정책 포기, 어떤 영향을 주나=현 시점에서 제로금리 정책의 포기는 크게 두가지 점에서 세계경제나 국제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는 최근처럼 미국경제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경제마저 침체될 경우 세계경제는 급속히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한 여타 선진국들이 일본의 역할분담론을 부쩍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외환위기국들이 아직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경제마저 침체될 경우 외환위기 가능성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미·일,유럽·일본과의 금리차로 값싼 엔화 자금을 차입해 투자하는 소위 엔차입 거래(yen-carry trading)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직접적인 타격은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들이 입는다.

최근에 국제사채시장에서 성행하고 있는 일본계 자금들의 고리대금업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제로금리 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과도하게 이뤄진 일본의 해외투자분은 회수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엔화 차입비중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97년 말 외환위기도 일본 금융기관들의 대출회수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었다.

◆우리 대책은 어떤 것이 있나=단기적으로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급격한 대출 회수가능성을 줄이는 노력이 급선무다.

이런 차원에서 각종 설명회 등을 통해 일본 금융기관들의 협조를 구하거나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진 대출은 정부가 지급보증해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책적으로는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체결 등을 통해 감염경로를 미리 차단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제로금리 정책의 포기를 계기로 앞으로 일본금리가 계속 인상될 것에 대비해 그동안 논의차원에서 진행돼 왔던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아시아통화기금(AMF)을 구체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시점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