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발표한 7개 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는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이 부실 계열사 및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밀어주기를 통해 여전히 선단식 경영을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선 5대이하 그룹에서도 4대 그룹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오히려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부당내부거래 차원을 넘어 변칙상속에 대한 의혹이 또다시 제기된 경우도 나타났다.

내부거래에 은행 4곳과 2금융권 13개사 등 총17개의 금융회사를 동원한 곳도 있었다.

◆특수관계인과 친족기업에 대한 변칙 지원=대림그룹 계열 금융회사인 서울증권은 지난 99년 10월 이준용 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상무에게 대림정보통신 주식 46만8천6백주(지분율 48.5%)를 싼 값으로 넘긴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서울증권이 이 상무에게 넘긴 주당 가격은 3천원이지만 공정위는 주식 가격이 최소 3천9백39원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또 대림정보통신은 올 3월 계열사인 삼호가 갖고있던 자사주 50만주를 주당 4천5백10원에 매입해 전량 소각함으로써 이 상무가 사실상 1백% 지분을 갖도록 지원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와관련,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을 통해 지배권을 강화한 것으로 변칙상속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를 동원한 부당내부거래=호텔롯데는 롯데상사 롯데쇼핑 롯데전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 특정금전신탁을 활용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한빛 조흥 신한은행 등에 7백8억원 규모의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한 뒤 이 돈으로 롯데상사 등 3사의 CP(기업어음)를 낮은 이자로 매입케했다.

특히 롯데쇼핑 지원에는 종합금융사 등 2금융권 회사가 13개까지 동원됐다.

비계열 금융회사를 동원한 사례도 있었다.

동국제강 계열의 중앙종금은 비계열 금융회사인 한화파이낸스와 성우캐피탈의 CP 2천10억원어치를 매입해주고 대신 이들 금융회사가 동국산업 CP 1천9백10억원어치를 사들이도록 했다.

◆부실계열사에 대한 그룹 차원의 조직적 지원=코오롱그룹은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코오롱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코오롱 코오롱건설 코오롱상사 코오롱유화 코오롱정보통신 코오롱할부금융 등 8개 계열사를 동원한 것으로 밝혔다.

이들 8개 회사는 골프회원권과 콘회원권 등을 과다하게 사주는 방식으로 총3백22억원을 지원했다.

금호그룹도 금호개발을 돕는데 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 금호건설 금호산업 등 4개 계열사를 동원했다.

금호타이어 등은 금호개발에 9천1백55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해 줘 이 회사가 CP를 종금사 등에서 할인받아 자금을 조달토록 했다.

◆전통적인 부당내부거래 수법=CP(기업어음)를 싼 이자로 사주거나 낮은 이자만 받고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의 내부거래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나타났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부실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고가로 사주거나 주식을 저가로 파는 등의 지원행위도 드러났다.

쌍용양회는 계열사인 오주개발에 선급금 명목으로 무이자로 2천5백47억원의 자금을 빌려줬다.

쌍용화재도 오주개발과 쌍용자원개발에 대해 총10억원의 연체이자를 받지않았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