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에 구 경제기획원(EPB)출신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번 8·7 개각으로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경제수석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 국민의 정부 경제정책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요부처를 거의 모두 경제기획원 출신이 장악하게 된 것.

진념 신임 재경부장관은 경제기획원에 발을 들여놓은 뒤 실무요직을 거쳐 경제기획원 차관을 지낸 전형적인 EPB맨이다.

공정거래위원장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전윤철 장관도 기획원 예산총괄국장,물가정책국장을 거친 EPB맨이고 그의 후임자인 이남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기획원 심사평가국장을 지냈다.

이밖에 한갑수 신임 농림부 장관은 농림부에서 잔뼈가 굵었으나 1992년 경제기획원 차관으로 일한 바 있다.

유임 가능성이 높은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지난 85,86년 진념 기획원 차관보 시절에 종합정책과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인물이다.

유임된 안병우 국무조정실장은 예산정책국장,예산심의관으로 일한 기획·예산 전문가이고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도 정책조정 총괄과장을 지내는 등 사실상 기획원에서 실력을 키웠다.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은 상공부에서 고위급으로 올라섰으나 기획원 예산국에서 조정3과장으로 근무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EPB에서 배출된 사람이다.

이처럼 기획원출신들이 ''싹쓸이''한데 대해 관가에서는 "부처간 호흡이 잘 맞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기획원 논리의 독주''를 우려하는 반응이 엇갈렸다.

한 관리는 "과거 기획원 사람들은 지나치게 이상에 치우쳐 구름 위에 산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새 경제팀은 특히 금융시장을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