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정부는 워크아웃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점검하는 한편 사전조정제도와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 제도를 도입키로 하는 등 대대적인 수술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보완책이 문제점의 근인(根因)을 파악한 것이라기 보다는 서둘러 워크아웃기업들을 처리하려는 대증처방일뿐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워크아웃제도를 폐지하기보다 빈사상태의 기업들이 워크아웃을 통해 재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재조성하는 쪽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워크아웃은 제도보다는 운영상의 문제=새로 도입되는 사전조정제는 전체 채권단의 50%(채권금액기준)만 합의하면 워크아웃기업을 곧바로 법정관리로 넘길 수 있는 제도다.

채권단들이 일정기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부실기업을 법정관리로 넘기는 방안도 회사정리법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 및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이같이 부실기업 처리를 가속화하는 방안들을 만들기 전에 시간을 갖고 워크아웃기업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빛은행의 기업개선팀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2∼3년의 시간이 필요한데도 정부는 지난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간지 1년반만에 단기적 성과를 보이기 위해 성급하게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서정대 원장도 "당초 워크아웃 과정에서 도덕적해이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도 회생가능성 없는 기업을 워크아웃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라며 "워크아웃의 순기능을 보완시키는 방향으로 정부가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영21C리스크컨설팅의 이정조 사장은 "워크아웃 기업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영업 활성화가 중요한데도 채권단과 정부는 무조건 기업주를 퇴출시켜 그동안 경영자들이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제대로 재활용하지 못했다"며 운영상의 미숙함을 꼬집었다.

그는 "동종업계 실무경험이 적은 금융관계자들이 경영자로 파견됨으로써 회생이 어려워진 면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위원회에 과도한 권한 집중=금감위에 기업 현장조사권까지 부여키로 한데 대해 정부가 ''무리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난 은행파업때 정부가 관치금융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도 다시 금감위가 기업경영 과정에 직접 개입하려는 것은 관치회귀 의지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금감위는 금융기관과 기업간의 워크아웃과정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사후 관리.감독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활동에 직접 칼을 들이댈 경우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기업 현장조사권을 공유함으로써 업무과정에서 마찰 우려도 낳고 있다.

금융연구원 은행팀의 고성수 박사는 "경제장관들이 모여 기존 워크아웃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대안들을 내놓았지만 개각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연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