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가격이 바닥권 탈출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섬업계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데는 업계의 자율적인 빅딜(기업 인수합병)과 감산 등 구조조정이 주효했다.

화섬업계의 갱생은 정부나 은행권의 압력이 아닌 업계 스스로 살길을 찾은 모범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원료업계인 SK㈜ 등도 수급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감산을 통해 화섬업계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2일 섬유업계에 따르면 폴리에스터 장섬유 내수가격은 지난 2·4분기중 파운드당 55센트(75데니어 세미달기준)에 머물렀으나 7월중 60센트 수준으로 올랐다.

일부 업체들이 추가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계에서는 이달중 65센트로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폴리에스터 장섬유 가격은 지난 97년 중반 85센트를 정점으로 하락해 98년말과 99년초에는 절반도 안되는 40센트 선까지 추락했었다.

지난 95년 t당 1천7백64달러에서 98년12월 5백61달러로 급락했던 폴리에스터 단섬유 평균가격(국내 A사 기준)도 지난 연말 7백73달러에서 올 6월에는 8백22달러로 소폭 올랐다.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업계의 구조조정 덕분에 국제시세도 서서히 안정되면서 주력시장인 중국수출가격이 지난 상반기에 비해 폴리에스터 단섬유는 약 8%,장섬유는 약 4% 상승했다.

섬유산업 분석전문가인 현대증권의 임정훈 차장은 "자율 감산과 빅딜,코오롱의 파업,일부기업의 법정관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폴리에스터 가격이 더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들어 화섬업체들은 자율적으로 20% 안팎의 감산을 실시해왔다.

한국업계의 이런 움직임에 자극받아 대만 업체들도 20~30%씩 생산물량을 줄이고 있다.

이와 함께 코오롱 구미공장이 노조 파업으로 지난 6월28일부터 7월8일까지 가동을 중지했고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하합섬이 공장가동을 중지한 것도 시장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임정훈 차장은 특히 "SK케미칼과 삼양사가 화섬통합법인을 설립하면서 화섬업계의 난립이 해소될 기미가 보인다는 심리적인 효과도 작용하고 있다"며 "통합추진법인과 효성 한국합섬 등 3사가 시장주도권을 장악해 가격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연성 ㈜효성 폴리에스터 기획팀장은 "일시적인 요인이 가세해 화섬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대만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거나 법정관리기업이 생산을 재개하면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폴리에스터 가격이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엔 동의했다.

한편 화섬업체들의 감산에 따라 원료업체인 SK㈜는 연산 70만t 규모의 파라자일렌(폴리에스터 원료인 TPA생산에 쓰이는 원재료) 생산설비 50%를 가동중지했다.

LG정유도 파라자일렌 공장가동률을 15% 가량 낮춘 상태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