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자금 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해외 펀딩(자금조달)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외국 펀드와의 1 대 1 협상을 통한 증자뿐만 아니라 해외 공동 투자설명회,전환사채(CB) 발행 등 다양한 외자유치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 벤처캐피털 및 투자자들과 국내 벤처기업들을 연결해주는 외자유치 컨설팅 업체들은 때아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이같은 해외 자금시장 공략은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개별 기업의 사업성과 관계 없이 인터넷 벤처에 대한 투자를 전반적으로 꺼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우량 기업도 도매금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외 사업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벤처업계의 해외 펀딩이 급증하고 있다.

◆해외 펀딩시장으로 직행한다=수익모델과 기술력을 갖춘 인터넷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자금조달 작업은 생략한 채 곧바로 해외 펀딩에 나서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웹에이전시 업체인 홍익인터넷은 미국 금융그룹 체이스맨해튼의 기술투자펀드인 CCAT(체이스캐피털아시아테크놀로지스)로부터 1천2백만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확정지었다.

이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오히려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해준다고 판단,국내 자금조달 계획은 초기 단계에 배제됐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무료 서버호스팅 업체인 인터넷제국도 미국의 대형 컨설팅업체인 PWC를 내세워 6천만달러 규모의 해외 펀딩을 추진중이다.

이중 3천만달러는 외자유치가 이미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업망 구축은 물론 대규모 자금조달의 경우 외국 펀딩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금융솔루션 전문업체인 소프트그램은 제3자 배정방식의 유·무상 증자를 통해 일본 소프트뱅크 파이낸스로부터 2백만달러를 최근 끌어들였다.

이를 계기로 소프트뱅크가 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 미국 동남아 등 외국 업체들에 자사 금융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플랜트 생산공장 관련 솔루션 업체인 에이프로시스템은 일본의 대형 증권회사로부터 5백만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진행중이며 아이월드네트워킹은 미국의 월드뷰테크놀로지파트너스 등 외국계 벤처캐피털 중심의 컨소시엄을 통해 1천5백만달러를 확보했다.

◆외자유치 방식이 다양해진다=외국 투자자와의 비밀협상을 통한 자금조달 이외에 해외 전환사채(CB) 발행,공개 투자설명회 등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미공개 국내 벤처기업의 CB 발행은 이달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인터넷 교육업체인 아이빌소프트는 코스닥 미등록 벤처기업 중 처음으로 최근 4백만달러 규모의 CB를 홍콩에서 발행했다.

미공개 벤처기업이 수익모델만 갖춰지면 해외에서 CB 발행을 하는 게 국내보다 더 수월하다고 회사측은 말했다.

이어 ADSL(디지털가입자망) 모뎀 업체인 알파텔레콤도 역시 홍콩에서 CB를 발행,4백30만달러 규모의 해외 자금을 들여왔다.

해외 투자설명회도 이어지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머니뱅크는 최근 미국에서 피놋 에이스인터넷 엔바이로테크 등 10개 국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를 개최,1천만달러 이상의 펀딩을 성사시켰으며 8∼9월중 미국에서 또 한차례 투자유치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또 골드프리닷컴도 하반기 중 호주 및 뉴질랜드 현지에서 국내 벤처기업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벤처펀딩 컨설팅이 뜬다=해외 자금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인터넷 벤처들이 급증하면서 해외 펀딩컨설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초 문을 연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벤처거래소에는 매일 인터넷 벤처기업들로부터 30여건 이상의 외자유치 문의가 들어오고 이중 절반 가량이 정식으로 신청되고 있다.

특히 이달 하순에 접어들면서 신청 건수가 크게 늘어 온라인으로만 업무를 함께 해오던 캐나다 제휴업체 펜캐피털에 컨설팅 요원 파견을 요청,상주 직원이 최근 국내에 들어왔다고 벤처거래소측은 밝혔다.

또 벤처포트 머니뱅크 등 주요 인터넷 벤처컨설팅 업체들에도 이같이 해외 펀딩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상태다.

한국벤처거래소의 한창훈 연구원은 "인터넷 업체들이 국내 벤처자금 시장의 위축으로 국내에서 제대로 된 기업평가를 받기 힘든 데다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일 목적으로 해외 펀딩을 신청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철수·송대섭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