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질서경제학회와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은 26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국가경제와 자동차산업"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백영훈 질서경제학회 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국부유출을 막고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우자동차를 현대자동차-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관 자동차개발연구원 원장은 채권단이 대우차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채권 회수차원이 아닌 자동차산업의 발전이라는 각도에서 대우차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간추린다.

---------------------------------------------------------------

<>이종훈 중앙대=총장 정부가 IMF시대의 발상으로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곤란하다.

당시에는 외환보유고가 없어 해외매각이 최선책으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

따라서 국가의 기간산업을 매각해야 한다는 기조는 문제가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국가경제에서 국민경제로,GNP시대에서 GDP시대로,미국 일본 중심에서 러시아와 중국중심으로 경제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는 다른 발상을 갖고 경제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이같은 시대적 흐름에서 봤을때 결론은 자동차산업을 재벌소유에서 국민적 소유로 변화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미국은 주주 주권 기업형이며 일본은 종업원 주권형인데 반해 한국은 오너,경영자 주권형이었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이를 국민적 소유로 전화시켜 국민이 후원하는 기업으로 바꿔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경제논리에만 치우쳐 기업을 매각하는 것은 안될 일이다.


<>심지홍 단국대 교수=대우차 대한 매각은 다섯가지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

우선 국내산업의 발전과 포드의 세계경영 전략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를 향한 기업이 되길 원하지만 포드는 중간조립공장 정도로 대우의 포지션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격보다 자동차산업의 발전에 중점을 두고 협상을 해야한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지금은 듣기좋은 말만 하지만 이것이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다음은 독점문제다.

공정거래위가 현대차의 대우차인수를 독점이라고 보고 있지만 르노가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또 세계시장이 몇개의 메이커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자동차산업의 경향속에서는 독점을 논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포드와 대우차가 상호보완성이 높다는 데도 이견이 있다.

양자의 관계는 보완적 관계가 아니라 포드가 일방적으로 대우를 지배하는 것이다.

오히려 현대-대우 컨소시엄이 경우 대우와 협력할 수 있는 보완성과 이에따른 무형의 인센티브가 있을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해외매각이 국가 신인도를 향상시킬수 있다는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기간산업 매각이 단기적으로 신인도를 높일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국내 업체를 매각해야 한다면 국내업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대는 포드와 국내시장을 놓고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생존의 위기에 놓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다임러-현대 컨소시엄이 인수하게 되면 체질을 강화할수 있는 기회를 가질수 있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실장=한국자동차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강점을 갖고 있다.

우선 1천cc~1천5백cc에서는 소형차 분야는 세계 3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해외네트워크도 상당한 수준이다.

대우 폴란드 공장의 경우 한국인이라는 자존심을 느낄수 있을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자유치를 강조하면서 대우차를 매각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포드는 다른 업체에 비해 약 20억달러 정도를 더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포드는 재협상과정에서 값을 깎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설령 그 가격을 다 낸다할지라도 대우차의 미래가치는 20억 달러를 훨씬 넘는다.

외자유치에 집착하는 정책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대우차는 포드에 넘어가면 해외네트워크가 대부분 와해될 것이며 이는 국민의 돈으로 만들어낸 부가가치를 해외업체에 거저 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장재춘 한국VDO 사장=다국적 기업의 최대 목표는 세계 1위의 제품 생산.판매를 통한 이익의 극대화다.

이런 점에 비춰볼때 회사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문을 닫을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기간산업을 해외에 넘겨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자칫하면 기간 산업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연관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재 가격은 국내 자동차업체에 납품하는 가격보다 싸다.

포드가 대우를 인수하면 미국에서 받는 값으로 달라고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렇게 되면 포철의 경영에도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부품업체는 대형화 자동화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해외업체의 공격적 전략이 가시화되면 대부분 붕괴위험에 처하게 된다.

자산을 팔아서 해결하는 것은 경영이 아니다.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국민적 차원의 노력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대우자동차의 부채는 국민지분으로 인수토록 해 정상화할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