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한국경제연구원간에 금융기관 잠재부실채권 규모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일 금융권 잠재부실 규모를 약 91조2천억원이라고 발표한데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경연이 부실규모가 과소평가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다시 한경연 보고서 내용중 오류를 꼬집으며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나섰다.

한경연은 보고서(작성자 남주하 교수)에서 금융권 실제 부실규모는 정부 발표치보다 20조~30조원 많은 1백10조~1백2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강병호 금감원 부원장은 19일 "한경연 보고서는 정책대안을 담은 훌륭한 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부실규모를 계산하는 부문에서는 마치 학생들이 작성한 "리포트 수준""이라며 보고서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금감원은 개별금융기관 부실규모를 합산했으며 한경연은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수익으로 금융비용을 갚을 수 있는 비율)을 기준으로 금융권 부실규모를 계산했다.

<> 조사대상자 선정문제 =강 부원장은 일단 조사대상 표본추출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즉 한경연의 표본대상인 5천2백87개기업(상장자 4백83개, 비상장 4천8백4개)중에는 금융기관여신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것.

금융권 부실을 알려면 금융권 여신을 받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야 옳다는게 강 부원장의 논리다.

이에대해 남 교수는 표본기업들이 새로 여신을 받을 수 없을지는 몰라도 여신 잔고가 있는 기업임에는 틀림없다며 정부 반박을 일축했다.

<> 부실채권 산출근거 =남 교수는 금융권 총여신(5백90조원)에다 부실기업비율(20%)을 곱해 부실채권규모가 1백10조~1백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강 부원장은 그러나 여신중 20%(1백18조원)를 차지하는 가계대출부문은 부실계산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지적, 결과적으로 부실규모가 과대계상됐다고 주장했다.

또 총여신 규모중엔 지급보증 부문이 중복계산돼 있어 이도 시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 회사채 발행규모 과다추정 =남 교수는 이자지급이 안되는 부실기업의 회사채 발행규모가 20조~3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총 부실규모는 1백40조~1백5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작년 한해 금융기관이 지급보증(대출금 지급보증,외화자금보증, 회사채지급보증 등)한 액수가 45조원이며 이중 부실기업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는 5조원도 안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