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전세계를 무대로 한 "인터넷 그룹화"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e삼성"이 글로벌 조직에 대한 윤곽을 드러내면서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달말 국내 실무 조직인 오픈타이드코리아를 발족시킨에 이어 12일 싱가폴에 보안업체를 세우는등 해외 투자에도 시동을 걸었다.

특히 e삼성은 실질적인 사령탑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씨(32)인데다 삼성 그룹차원(구조조정본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고있어 곧 삼성 전체의 "e비즈" 지휘부가 될 전망이다.

<>지주 회사중심 조직=e삼성 전체 조직은 크게 지주 그룹과 실무 기업군으로 나눠진다.

이중 핵심은 지주 회사의 역할.

현재까지 드러난 조직중 오픈타이드라는 각국별 실무 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주 회사들이다.

그 지주 그룹의 정점에는 "e삼성"이 있다.

주로 국내 인터넷 벤처분야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삼성내 전체 "e비즈"사업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는게 삼성의 설명이다.

1백억원의 자본금 가운데 이재용씨가 60%,삼성SDS와 에버랜드가 20%,임직원이 20%의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해외 인터넷 분야 투자는 "e삼성인터내셔널"이 총괄한다.

실제 조직은 갖춰지지 않은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미국에 설립됐다.

자본금은 4백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역시 이재용씨가 60%의 지분을 갖고있다.

e삼성인터내셔널은 각 국가별로 이원화된 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국가별 하부 지주회사인 e삼성USA e삼성재팬 e삼성차이나등은 국가별 우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담당한다.

또 한국 미국등 5개지역에 분포된 오프타이드는 웹에이전시라는 종합 인터넷 서비스업을 하면서 현장의 투자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삼성 "e비즈" 사령탑=e삼성이 삼성 관계사들의 인터넷 사업 전반을 지휘하게 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e삼성은 이미 인큐베이팅등 삼성 관계사들과 중복되는 사업에 대해 이관해줄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본부(옛 비서실)에서 직접 e삼성을 이끌어 가고있어 관계사들의 인터넷 사업 흡수는 시간이 문제일 것이라는게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e삼성의 간판은 서울 역삼동 삼성역삼빌딩에 걸려있으나 20여명의 구성원 대부분이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소속으로 삼성본관에서 활동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삼성의 대표이사도 신응환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이사가 맡고있다.

최근 e삼성이 유니텔 삼성생명등과 함께 처음으로 투자한 자본금 1백억원 규모의 이누카라는 회사에도 이순배 구조조정본부 인터넷사업 개발팀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관계사들이 투자한 3백여개 벤처기업을 e삼성의 우산 아래로 모아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재용씨의 경영능력 실험="e삼성"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이재용씨의 경영 수완이 그대로 발휘될 "수업 무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재 이씨는 e비즈니스 분야와 관련해 삼성의 장기 전략수립에 적극적인 의견의 개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순한 재벌 2세라는 꼬리표를 떼고 진정한 신세대 총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분야이기도 한 e비즈니스 사업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도 이재용씨의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 전체 차원에서 e삼성에 대한 대대적인 물적 인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오프타이드코리아에는 삼성 내부에서 내로라는 e비즈분야 인재들을 특별 선발,파견됐다고 삼성 관계자는 밝혔다.

<>다단계 지배구조=e삼성은 이같은 적극적인 사업추진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있다.

먼저 복잡한 지배구조가 꼽힌다.

e삼성 조직은 e삼성인터내셔널 오픈타이드 하부지주회사등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e삼성 내부인 조차도 e삼성 조직에 대해 전체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지배구조에 대해 업계에서는 순환출자방식을 통해 계열사를 늘려가는 과거 대기업 경영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의 인터넷 사업확대의 또다른 걸림돌은 고객과의 실질적인 접점 부분이 약하다는 점이다.

SK와 LG의 경우 방대한 온라인 고객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나 삼성은 그런 게이트웨이(통로) 부분이 약하다는 분석이다.

< 김철수.김태완 기자 kcs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