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노조가 11일 사실상 타협을 이뤄낸 것은 전날 밤 10시부터 이날 오후 2시50분까지 17시간 동안 다섯 차례 벌인 마라톤 협상의 결과였다.

금융노조는 이날 새벽 정부와 실무협상이 깨지자 일단 파업을 선언했으나 파업에 대한 외부의 따가운 시선과 후유증 등을 의식, 협상장을 떠나지 않고 정부와 막판 타협을 이뤄냈다.

정부도 협상 장기화에 따른 경제 사회적인 피해와 대외신인도를 고려해 끝까지 설득작업을 벌였다.

<>.11일 오전 11시30분 제3차 실무협상까지 결렬되자 일각에서는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1시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이 명동성당으로 이용득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전격 방문,극적인 타결의 기대를 갖게 했다.

협상 타결 소식이 흘러나온 것은 그로부터 2시간 후.

오후 3시께 양측이 합의을 이뤘다는 정부측 관계자의 전언이 있었고 양측은 곧바로 합의문 작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양측이 즉각 합의사실을 발표하지 않아 합의문 작성에도 상당한 진통이 따랐다.

<>.전날 밤 10시부터 시작된 정부와 금융노조의 협상은 시작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회의 시작전 퇴직은행원들의 항의시위로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의 회의장 입장이 지연됐다.

회의에 들어가기 직전 금융노조측은 은행장들이 직원을 감금, 파업참여를 막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11시부터 비공개로 진행되던 회의는 11시40분께 이헌재 장관과 이용근 위원장,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이 잇따라 회의장을 빠져 나가고 양측이 2인씩으로 구성된 밤샘 실무회의에 들어가면서 험로를 예고했다.

<>.노정은 이 때부터 11일 오전까지 무려 3차례 실무협상을 결렬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등 막판 타협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첫 실무협상에서는 금융지주회사법 문제로 논란을 벌이다가 오전 2시20분께 노조 관계자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며 "정부측 안이 변한게 없다" "실무협상은 결렬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사정위원회의 중재로 노정은 다시 협상테이블을 마주했지만 역시 무위로 끝났다.

<>.오전 4시30분께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은 "정부에 문서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했다"며 "지금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이 노조위원장은 오후 5시 연세대로 가 집결해 있는 노조원에게 총파업투쟁을 공식 천명했고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처럼 보였다.

정부는 즉시 파업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갔고 재협상을 위해 노조측과 지속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