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파업에 돌입해도 금융시스템 마비 등 결정적인 파국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불참을 선언한 은행이 8곳에 이르는데다 노조가 금융의 두뇌인 전산망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전산만 제대로 돌면 얼마든지 다른 은행에서 거래할 수 있으므로 지난 98년 5개은행 퇴출때와는 다르다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신한 한미은행 등 파업불참은행의 주식을 대거 사들여 눈길을 끌었다.

일부 은행의 파업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제거해 금융개혁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영업점 창구를 찾는 고객들은 적지 않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여신심사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기업대출이나 수출입거래에선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 파업은 기정사실 =정부는 10일 아침 법무 행자부장관까지 포함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파업뒤 대책을 중심으로 <>노조와 대화 설득노력 지속 <>국민 기업불편 최소화 <>불법파업 엄정대처 등의 대응원칙을 논의했다.

정부는 노조파업에 관계없이 금융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이어 이 금감위원장은 "은행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파업자제를 호소하면서도 "노조의 주장대로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을 보류하고 3년간 구조조정을 중단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안전하게 보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에 협상을 제안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대화에 응한다는 입장이다.

<> 파업영향 적지 않다 =파업을 선언한 13개 은행(3곳은 부분파업)의 경우 노조원 비중이 80%에 달해 파업돌입시 정상영업이 어렵다.

기업들은 당장 파업은행에서 신규대출을 받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기업 자금담당자들은 지난주부터 현금확보에 들어갔고 비파업은행에 계좌를 트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다.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무역업체들은 당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담보력이 약해 거래은행을 선뜻 바꾸기 어려운데다 수출네고, 신용장개설, 대금결제가 원활하지 못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도 지난달말 자금경색 악몽을 겪은지 얼마안돼 노심초사하고 있다.

S그룹 관계자는 "전산거래엔 큰 문제가 없고 파업에 대비해 최대한 현금을 확보했지만 장기화되면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인 고객들도 창구대기시간이 늘어나고 대체인력의 업무처리 미숙으로 불편이 예상된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가급적 은행창구를 찾지 말고 CD기 등 전산기기를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 대책도 서 있다 =정부는 은행파업시 예상 문제점별로 컨틴전시플랜(비상대책)에 대한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한국은행은 파업시 은행창구 마감시간을 오후 5시30분으로 1시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이날 하루동안 시중에 8천3백50억원을 공급했다.

정부는 기업자금애로에 대비해 금감원과 각은행에 지원센터를 개설하고 회사채 CP(기업어음) 만기연장과 수수료면제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또 전산망에 대해선 금감원과 경찰 합동으로 만약에 사태에 대비중이다.

수출입 외환거래는 비파업은행으로 돌리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