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란을 피하기위해 노정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7일 은행연합회관.양측의 협상은 "기 싸움"으로 시작됐다.

이용근 위원장은 오전 10시5분께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가 노조측 관계자가 나타나지 않자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이용득 금융산업노조위원장과 노조관계자는 꿀릴 게 없다는 듯 약간 늦게 왔다.

양측의 대립은 계속 이어졌다.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과 이 금감위원장,이 노조위원장은 서로 악수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을 뿌리치다 마지못해 손을 잡았다.

긴장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자의 눈에는 먼저 양보하는 태도를 보일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 듯 했다.

회의 시작전에도 양측 관계자는 애써 강한 분위기를 풍겼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노조가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으면 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노조측도 "대화에 대해 별반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기싸움은 관치금융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다시 불거졌다.

노조는 "은행장 낙하산 인사""채권펀드 조성"을 예로 들고 앞으로 이런 일은 정식 공문으로 지시하라고 정부를 공격했다.

정부측은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후 기업에 대출하라고 압력을 가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금융시장안정을 위한 조치가 관치금융이냐"고 반박했다.

노정 양자 모두 핵심적인 사안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린 셈이다.

사실 노조가 이번 총파업을 벌이려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2차구조조정에 따른 강도높은 인력감축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8년 1차구조조정때는 전체 금융인의 30%선인 4만여명이 정든 일자리에서 떠났다.

금융노조가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인력감축을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인원감축없이 2차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금융계 전문가들은 아무도 없다.

금융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원감축의 불가피성을 노정 양측이 솔직히 인정하고 그 수준에 대해 논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명분 쌓기에 몰두한 이날 회의가 실리 위주로 빨리 바뀌길 기대해본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