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중 회수하기 어려운 부실을 정리하는 방법은 대손상각(회계상 손실로 처리) 밖에 없다.

일부 은행에선 대손상각 요건이 너무 엄격해 관련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도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손상각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고키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구체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현행 법인세법상 은행이 부실채권을 대손상각으로 정리하려면 대출해준 법인이 청산되거나 개인의 경우 파산 혹은 행방불명돼야 한다.

특히 금감원장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만 대손상각액 만큼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때 은행들은 채무자에게 더이상 건질 재산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상각처리에만 2~3년씩 걸리기도 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회계처리기준을 바꿔 부실채권중 회수불가능한 부분을 조기 대손상각해 정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재경부가 세법을 고쳐 주면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손비인정되는 대손상각 범위를 금감원장이 정하지만 확대하려면 재경부와 협의토록 돼있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회수불가능한 부실을 신속하게 처리하려면 양측의 의견조정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은행들은 대손상각 요건을 완화해 세제혜택 폭을 넓혀주면 부실채권을 바로바로 정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손상각해도 손비로 인정해주고 나중에 특별채권으로 회수하는 이익에는 세금을 물린다"고 말했다.

대손상각요건이 간편해질 경우 은행권이 부실채권주한테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채 손실로 털어버리는 모럴해저도(도덕적 해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수는 없다.

대손상각 규정을 둘러싼 논란이 일 때마다 거론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의 규정은 너무 엄격하다는게 은행권 지적인 만큼 재경부와 금감원은 은행클린화의 시급성을 감안, 제도개선방안을 하루 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