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은행의 잠재손실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불확실성의 제거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과연 이게 전부인가"라는 의문까지 지우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일단 그 자체로는 다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은행권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여신을 비롯 법정관리.화의여신,기타업체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여신을 이번엔 제대로 건전성을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했다.

이번 부실공개에도 불구 아직 상황에 따라 추가로 잠재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은 여전이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정여신에 대해선 기업실태에 따라 철저히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로 등급을 낮췄다.

그러나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된 여신은 속속들이 엄격하게 평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게 금융계의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 자금경색 속에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해온 일부 중견기업의 여신등급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여신액의 0.5~2%만 충당금을 쌓아온 이들 기업을 고정 이하로 낮출 경우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고정으로 분류된 기업에는 신규여신이 중단되고 기존여신도 적극 회수에 들어가게 된다.

은행권은 여신등급을 대략 10단계로 분류해 1~6등급은 정상, 7등급 요주의, 8등급 고정, 9등급 회수의문, 10등급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를 더 세분화하기도 한다.

현금흐름이 나쁜 대기업이 5,6등급으로 분류돼 있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한다.

문제는 바로 이런 5,6등급에 있는 일부 한계기업의 평가다.

이에 대해 금감원 강병호 부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미국의 FLC(새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수준으로 잠재부실을 다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체 여신의 30%로 추정되는 하위등급 정상여신이나 요주의 여신을 얼마나 엄격하게 봤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

만약 정상으로 분류된 기업이 갑작스레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지면 이번 부실공개는 전혀 무의미해진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