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창투사 기관투자가 엔젤클럽 등 주요 투자자로부터 돈을 끌어들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럴듯한 사업계획서와 막연한 가능성만을 믿고 돈을 대주는 "묻지마 투자"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벤처 빅뱅을 이끌어온 인터넷 기업의 미래가치가 과대포장됐다는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투자 분위기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잇단 자금악화설로 인해 금융시장 전체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기업들이 예전처럼 허무맹랑한 비즈니스플랜으로 투자자를 유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

자신의 비즈니스가 정말 돈벌이가 되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고 벤처캐피털의 새로운 투자패턴에 맞춰 사업계획과 자금유치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벤처캐피털로부터 성공적으로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투자자에게 수익성을 보여줘야 한다=새롭게 급부상할 것 같은 미지의 사업영역을 선점했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는 지나갔다.

규모가 작고 하찮아보여도 돈벌이가 되는 사업분야를 찾아야 한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예로 들면 단순히 가입자가 많다는 것은 더이상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아니다.

그보다 가입자가 적더라도 확실하고 탄탄한 수익구조를 가진 회사를 투자자들이 선호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기업은 물론 기존의 오프라인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는 양적 팽창만을 추구하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불러온 쓰라린 경험을 곱씹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인적 자원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은 한정된 자원으로 자신만의 독자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생존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인력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회사 정책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사업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급변하는 기업 환경을 예측해 미리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인터넷 비즈니스 업체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BM)에 지나친 확신을 갖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수요자 조사나 시장동향 분석은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국내 조사기관의 시장전망을 보여주며 2~3년안에 시장점유율 1~2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허세를 부린다.

벤처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돈벌이되는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을 짜내고 있다.

또 시장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이런 때에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변화 양상을 예측하지 못한다면 투자심사과정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경쟁자를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현재의 경쟁자는 물론 미래의 잠재 경쟁업체도 주시해야 한다.

B2B 전자상거래라는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를 가정해 보자.앞으로 B2B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시장전망도 밝다.

초창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경우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온라인 경쟁자가 없다고 방심해선 안된다.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가진 오프라인 대기업이 시장에 합류할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또 선점 이익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 전략이 없다면 점수를 깎일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 제휴나 보완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해야 한다=벤처기업은 모든 분야에서 강점을 갖기 어렵다.

자신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여러 회사와 관계를 맺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상대방의 인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심지어 경쟁 업체와도 손잡고 함께 성장하는 윈-윈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관리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대다수의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이나 마케팅에 주력하다보니 관리부문에 소홀하기 쉽다.

이런 회사는 사업 규모가 작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는 단계에선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인력과 조직,자금 등 전반적인 경영관리가 삐걱거리고 기업 전망마저 불투명해질 우려가 있다.

내부 자원으로 경영관리가 어렵다면 아웃소싱을 통해 기술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관리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구체적인 투자회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대부분의 벤처투자자는 배당만으론 기대수익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만큼 코스닥 증권거래소 등 공개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기업공개 대신에 M&A를 대안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