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만 콕콕 집어 투자하는 전문 펀드시대가 열린다"

최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1백억원 규모의 테크노캐티탈(대표 심항섭) 1호 투자조합(펀드) 결성 총회.

이 자리에서 전 KTB사장(현 KTB네트워크)을 지낸 심 사장은 조합의 운영 방향을 분명히 밝혔다.

유무선 통신장비와 단말기 등 제조업 기반 업체들에게 자금을 몰아주겠다는 것.

이처럼 내부 투자방침을 정하고 특정 분야를 타깃으로 잡아 투자자들을 모으는 전문 펀드들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외에도 <>영화 <>여성벤처 <>주문형반도체 <>인터넷 등의 분야에 집중하는 전문 펀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새로운 벤처투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 속속 탄생하고 있는 전문 펀드 =바이오 열풍을 타고 우리기술투자(대표 곽성신)가 중소기업진흥공단 자원메디칼 등과 함께 1백억원 규모의 바이어펀드를 얼마전 탄생시켰다.

투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태평양중앙연구소 출신인 조영국씨를 새롭게 영입, 바이오 전문팀을 구성했다.

기존 바이오 업체는 물론 새로 창업하는 기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몰아줄 계획이다.

무한기술투자(대표 이인규)는 1백억원 규모의 "무한 여성벤처투자조합"을 최근 탄생시켰다.

무한기술투자가 10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이 30억원, 평화은행이 15억원, 조흥은행이 5억원을 출자했으며 클릭TV, 이지디지탈, 쌀맛나는세상 등도 자금을 댔다.

이 펀드는 기술력이 뛰어나거나 참신한 사업 아이템을 가진 여성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게 된다.

KTB네트워크(대표 권성문)가 세원텔레콤 한화 스탠더드텔레콤 한텔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함께 50억원 규모의 "KTB-통신단말기 부품육성 투자조합"을 만들었다.

이 펀드는 유망 단말기 부품 업체들에 투자,수요 및 공급업체가 함께 이익을 얻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엔 산은캐피탈(KDBC.대표 이종각)이 하나로통신과 인터넷 및 인터넷 관련 인프라 벤처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1백억원 규모의 "KDBC-하나로 인터넷 벤처펀드 1호"를 만들기도 했다.

<> 왜 전문펀드인가 =이같이 전문 펀드가 속속 생기는 이유로 벤처전문가들은 대개 다음 두 가지를 든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을 추구하는 벤처투자자들이 잘 되는 분야에만 집중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문 펀드는 그 시대의 유망 산업이 어떤 분야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나침반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만큼 대박 가능성 못지 않게 손실 위험이 큰 것도 사실이다"(한미창업투자 이영민 부장)

벤처캐피털의 입장에선 투자 전문화를 이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곧 실리콘밸리식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 양성과 맥을 같이 한다.

"한 산업에 대한 집중 분석이 이뤄지고 투자경험이 쌓이면서 투자심사의 질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천승욱 테크노캐피탈 이사는 설명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고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많은 펀드들이 해당 전문가들을 초빙해 펀드 운영에 관여시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한기술투자의 영상투자조합 운영에 "유령" "태양은 없다" 등을 제작한 우노필름 차승재 사장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 전문 펀드에 문제는 없나 =전문 펀드가 밝은 측면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특정 분야에만 자금이 몰리면 소외되는 산업도 생기기 마련.

이처럼 편중된 투자자금 배분은 벤처산업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을 해칠 수도 있다.

"당장의 수익은 적지만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분야의 원활한 자금 유입을 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삼성물산 골든게이트 문영우 본부장은 지적한다.

과열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실제 바이오열풍을 타고 "바이오"라고 주장하는 업체는 일단 투자하고 본다는 "묻지마 투자"가 유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산은캐피탈의 투자조합팀장으로 공공펀드인 MOST(과학기술부) 2호 조합(4백30억원 규모) 경기벤처펀드 1호(1백20억원) 등을 성공적으로 운용한 바 있는 서학수 마일스톤벤처투자 사장은 "양면성이 있지만 전문 펀드 붐이 벤처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전문 펀드는 고수익과 산업발전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운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