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의 조직문화가 선진형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높은 위험이 뒤따른다.

그만큼 투자와 회수과정에서 정교한 모델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엄청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항상 회사차원의 공식적인 투자외에 개인적인 투자나 "뒷거래"를 통한 사적인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유혹에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털과 그 구성원들에겐 높은 수준의 윤리적 의무가 요구된다.

하지만 일방적인 의무만 강요된다면 이는 모순이고 차별일 것이다.

벤처캐피털들은 커다란 투자수익을 거둔 조직 구성원들에게 다양하고 합리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이같은 공식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비공식적인 수입에 연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벤처캐피털은 투자대상기업을 발굴, 고유한 투자결정과정을 거쳐 투자를 집행하고 기업공개 등을 통해 투자수익을 되찾는다.

이 과정에서 벤처캐피털의 조직특성을 두드러지게 나타내 주는 것은 투자의사 결정과정, 인센티브규정, 윤리규정 등 세가지다.

LG벤처투자 산은캐피탈 한국기술투자 TG벤처 스틱아이티벤처투자 현대기술투자 무한기술투자 아주기술투자 동원창업투자 우리기술투자 등 10개 주요 벤처캐피털이 이분야에 다소 앞선 안목을 갖고 있으나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 투자의사 결정과정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은 보통 2~3단계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또 대부분의 경우엔 투자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멤버들의 만장일치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투자규모나 할증배수에 따라 의사결정구조를 이원화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예비심사-투자심의회-상임이사회라는 3단계 의사결정과정을 갖고 있다.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일반정보를 수집.정리하고 동종업종 현황분석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한 뒤 투자심의회를 거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상임이사회에서 투자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LG벤처투자는 벤처기업의 사업설명회와 함께 3회에 걸친 투자심의회를 열어 투자결정의 투명성과 신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1차(시장 및 기술분석) 2차(경영자 및 경쟁업체 분석) 3차(투자조건 및 회수전략 심의) 등 단계별로 주요 검토내용도 달라진다.

현대기술투자 역시 예비심사-투자심사위원회-대표이사 최종심사라는 3단계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

한편 아주기술투자 우리기술투자 현대기술투자 LG벤처투자 등 대부분의 회사가 의사결정에 있어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 인센티브규정 =대다수 벤처캐피털은 "투자이익 발생시 일정부분을 분배한다" "주식양도차익의 5%에 대표이사의 재량으로 일정정도 성과급을 더해 지급한다"는 식의 명확하지 않은 규정만을 가지고 있거나 인센티브규정 자체가 없어 서둘러 이를 마련하고 있다.

LG벤처투자는 비교적 자세한 인센티브규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크게 1차배분과 2차배분으로 나눠진다.

1차배분은 투자수익 및 투자손실이 발생한 개별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다.

투자수익과 투자손실 금액에 대해 사장과 심사파트너에게 각각 1.5%씩을 배분한다.

또 투자대상기업발굴 사후관리 투자금회수 등에 기여한 사람에겐 투자수익의 1.5%를 역시 배분한다.

2차배분은 회사전체의 투자수익에서 투자손실을 빼고 남은 금액의 10%에서 다시 1차배분 금액을 뺀 것이 배분대상이다.

스틱아이티벤처투자도 구체적인 규정을 갖고 있다.

투자수익에서 이자비용과 기회비용을 빼고 남은 수익의 20%를 임직원에게 분배한다.

이때 투자심사를 직접 담당한 심사역에게 5%, 회수를 맡은 심사역에게 2%, 투자건을 발굴한 사람에게 2%를 나눠 준다.

만약 1명의 심사역이 발굴 심사 회수의 전과정을 수행한 경우엔 최고 9%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 윤리규정 =투자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모럴해저드와 관련 명문화된 윤리규정을 갖추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다만 복무규정 등의 형식으로 "회사가 투자한 기업에 개인자격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직무와 관련된 각종 사례를 받지 않는다"는 식의 원칙만을 세워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의 경우는 미국 벤처캐피털과 같은 수준의 명확한 자체 윤리규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윤리규정을 잘 만들더라도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명문화된 윤리규정과 함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스스로 도덕률을 지키려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